1996년과 2000년 두번의 대형 산불을 겪은 고성의 산림은 ‘인공조림’과 ‘자연복원’ 두 갈래로 나뉘어 복구가 진행됐다. 각종 연구자료에 따르면 고성 산불 피해지 가운데 30~40%는 인공조림, 60~70%는 자연복원 방식이 적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산불 발생 30년이 지난 2026년 현재, 고성의 산에는 두 방식이 만든 서로 다른 모습의 숲이 나란히 서 있다.
■인공조림 ‘속도와 안정’=인공조림은 사람이 직접 나무를 심어 숲의 골격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방식이다. 산불 이후 급경사지와 토양 유실 위험이 큰 지역, 주요 능선부 등 방재가 시급한 구간에 우선 적용됐다. 조림의 효과는 분명했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녹지가 회복됐고, 산사태와 토사 유출을 막는 방재 효과도 컸다. 일정한 간격으로 자란 나무들이 빠르게 숲의 외형을 되찾았다. 반면 단일 수종 위주의 숲은 병해충과 기후 변화에 취약할 수 있고, 수목 구조가 균일해 생물 다양성이 제한된다는 한계도 보였다. 빠른 복구에는 성공했지만, 생태적 회복과 구조적 안정성에는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연복원 ‘방치 아닌 다양성’=자연복원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숲의 자생력으로 회복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산불 피해지 가운데 접근이 어렵고 범위가 넓은 지역이 대상이 됐다. 불에 그을린 땅에서도 시간이 흐르자 참나무류를 비롯해 다양한 활엽수가 자연스럽게 싹을 틔웠다. 이 과정에서 나무의 높낮이와 수종 구성이 제각각인 입체적인 숲 구조가 만들어졌다. 초기 회복 속도는 느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숲의 밀도와 생태적 안정성은 높아졌다. 다만 회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산이 황폐해 보이는 시기가 길어 주민과 행정 모두에게 ‘기다림’이 필요한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산불 피해지 맞춤형 복원 필요”=전문가들은 인공조림과 자연복원 모두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기에 산불 피해지역의 조건과 지형, 토양 특성, 향후 관리 목적 등에 따라 복구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빠른 안정이 필요한 지역은 조림, 생태 회복 잠재력이 높은 지역은 자연복원을 적용하는 ‘혼합 복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인공조림과 자연복원을 병행하며 소나무 중심의 단순림에서 참나무류가 섞인 혼효림으로 숲의 구조가 변화하는 지역도 있다. 박수진 한국기후변화연구원 기후정책2연구실장은 “이제는 조림이냐 자연이냐를 따질 단계가 아니라, 어디에 어떤 방식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단계로 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