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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화단상]겐샤이란 말로 시작한 한 해

- 최현순 시인

‘어느 누구도 스스로를 작고 하찮은 존재로 느끼도록 대해선 안 된다.’

‘겐샤이 Ganshai’ 간결하지만 평범치 않은 뜻을 품은 단어가 새해 첫 책의 제목으로 다가왔다. 평소 독서와 글쓰기를 하면서 단어, 어휘 하나하나의 뜻과 느낌에 좀 더 각별하다 하겠다. 하지만, 이 단어를 대하는 순간 뭔지 모를 감흥이 가슴 한쪽에 일었다.

이 책은 이제 서야 인연이 닿은 것일까. 독서하다 보면 책이 책을 부른다. 책을 읽다가 문장(내용)의 맥락 중에서 저자가 또 다른 책을 인용하는 경우다. 그럴 때마다 스마트 폰에다 메모했다가 도서관에서 검색해 열람해 본다. 근데 ‘겐샤이’란 책은 머리맡에서 두고 읽던 어느 책에서 무슨 까닭으로 실마리가 이어져 읽게 되었는지 모호했다.

이 책은 국내에 번역 출간(민주하 역, 연금술사)된 지 십여 년이 훨씬 넘었는데 알게 모르게 명목을 이어 온 모양이다. 저자 케빈 홀은 언어학자인 아서 왓킨스와의 단어 수업에서 배운 11개의 어휘에 대해 의미를 설명하고 이와 관련된 삶의 경험과 지혜를 제시한다. 저자는 오스트리아에 여행 갔다가 현지 인도 출신 상인을 만나 운명처럼 이 단어를 접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겐샤이’는 고대 힌두어로 “누군가를 대할 때 결코 그가 스스로를 작게 느끼도록 대해선 안 된다.는 의미로 자기 자신을 포함해. 나 자신을 대하는 방식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그대로 반영된다”라는 뜻이라고 했다.

근래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모 장관 후보자의 인턴 직원에 대한 막말 욕설이 화제였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이십 대 젊은이는 그 상황에서 얼마나 자신을 작고 하찮은 존재로 여겨 좌절했을까. 여기서 나 자신을 돌아보면 어떨까. 나를 포함한 많은 인간관계에서 작고 하찮은 존재로 느끼도록 하지는 않았을까?

그와 비슷한 연령기에 나에 대한 작은 열패감으로 세상을 부정적이고 피동적으로 살아왔던 일. 좀 더 성인이 되고 사회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알게 모르게 남들을 그렇게 대했던 나의 모습이 새삼 부끄러운 모습으로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겐샤이’는 고대 동양사상의 어원인 ‘측은지심’이나 ‘자비’ 등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변동불거’(變動不居)‘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라는 뜻이다. 이런저런 상념의 단어(말)로 시작해 보는 또 한 해다. 겐샤이! 새해 벽두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며 다가온 이 말. ’겐샤이‘라는 고대 힌두어가 내게 던져준 의미! 얼마나 변하지 않고 간직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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