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가 창간 80주년을 맞아 지난해 6월 춘천 전시를 시작으로 도내 18개 시군을 순회하며 개최된 ‘강원의 역사전’은 단순한 과거 사진의 나열을 넘어, 강원특별자치도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지역 공동체의 유대감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번 순회 전시는 언론사가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가 어떻게 ‘도민의 공동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는 평가다. 이번 전시는 파편화된 과거의 기록들을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엮어냄으로써 전시를 통해 도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동시에 ‘지역’에 기반한 지역 발전의 미래 지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역 정체성과 ‘문화적 회복탄력성’의 재발견
이번 전시의 특징은 도내 18개 시·군을 아우르면서도 지역별 고유의 사건과 기억을 맞춤형으로 재조명했다는 데 있다. 인제의 ‘합강리 뱃터’의 전경 등을 통해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자부심과 역동성을 부각했고 원주시 승격 70주년과 연계해 ‘쌍다리(원주교) 오거리 분수대’, ‘간현유원지’의 과거 모습으로 급격한 도시화 속에서 잊혔던 중심 도시의 기억을 복원했다. 강릉시는 태풍 루사와 매미, 대형 산불 등 재난을 극복한 기록을 공유와 함께 고난을 이겨낸 ‘강릉의 저력’을 확인하면서 희망의 메시지로 치환했고, 철원은 지역의 생존권과 직결된 현대사의 치열한 기록을 통해 철원만의 독보적인 서사를 완성했다. 이처럼 전시는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것을 넘어, 지역 공동체가 겪은 시련과 극복의 기억을 ‘문화적 자산’으로 승화시키는 방식을 통해, 지역의 ‘문화적 회복탄력성(Cultural Resilience)’을 강화하는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미니해설]문화적 회복 탄력성:공동체를 흔드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한 사회(또는 지역 및 집단)가 자신들의 문화를 바탕으로 붕괴를 막고, 의미를 재구성해, 회복과 적응, 변화를 지속해가는 능력.
■지역 언론 아카이브의 ‘아날로그적 진정성’
강원일보가 이번에 선보인 방대한 자료들은 단순한 종이 기록물이 아닌, 강원의 근현대사를 투영하는 ‘커뮤니티 아카이브(Community Archive)’로서 공공재적 가치를 갖는다. 전시 섹션인 연혁, 제호 변천사, 시대별 신문, 그리고 특종 기사들은 지난 80년 저널리즘의 현장성을 입체적으로 시각화했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부분은 기자들의 손때가 묻은 취재 수첩, 타자기, 원고지, 그리고 긴박한 보도 현장을 지원했던 사진전송기 등 실제 취재 물품의 전시다. 이는 휘발되기 쉬운 현대의 디지털 기록과 대비되는 ‘아날로그적 진정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기록이 탄생하기까지의 치열한 고뇌를 관람객에게 전달했다. 이러한 실체적 증거물들은 언론 보도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동시에, 지역의 역사가 결코 정체된 과거가 아닌 살아있는 현장의 연속임을 증명하는 장치로 활용되며 눈길을 끌었다.
■세대 간 공감 이끌어 낸 ‘체험형 브랜딩’ 전략 눈길
이번 전시는 ‘박제된 전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관람객이 직접 역사의 일부가 되는 참여형 전략을 구사했다. ‘명예기자증 발급’, ‘신문 1면 포토존’, ‘제호 스탬프 찍기’ 등은 전 연령층이 지역사를 놀이처럼 향유하게 만들었다. 특히 고령층에게는 옛 광고·만평을 통한 향수를, 청년층에게는 ‘뉴트로(Newtro)’적 감수성과 지역사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며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했다. 폐신문을 활용한 친환경 연필과 캐릭터 ‘또바기’ 키링 등 굿즈 활용은 강원일보의 ESG 경영에 대한 의지와 함께 지속 가능한 문화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강원일보 창간 80주년 기념 ‘강원의 역사전’은 “과거를 돌아보고 현실을 성찰하며 미래의 도약을 다짐하는 계기”라는 평가를 받으며,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도민의 응집력을 극대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80년의 기록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강원특별자치도가 세계로 도약하기 위한 나침반이라고 할 수 있다. 강원일보의 방대한 역사적 기록들은 앞으로도 새로운 시대의 이정표로서, 도민의 삶과 미래 산업의 성장을 가장 생생하게 담아내는 공공재적 자산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