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을 고향으로 기억하는 이산가족 1세대들이 대다수 90대 고령의 나이로 접어들고 있다.
‘사라져가는 이산가족, 희미해지는 기억들’ 속에 이산가족 1세대인 김병근씨를 만났다. 그가 기억하고 바라는 이산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평양 모란봉 철교 다리가 끊기던 날 가족들과 생이별로 이어질 줄 그땐 몰랐어요.”
강원 화천군 간동면에 사는 이산가족 1세대 김병근(90)씨는 설 명절 때만 되면 6·25전쟁 이후 생이별해 이젠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가족들을 떠올린다.
김병근씨는 3남2녀 중 첫째다. 75년 전 6·25전쟁 속 1·4후퇴 과정에서 어머니, 아버지, 여동생, 남동생들을 북쪽에 남겨두고 홀로 내려왔다.
2000년대 초 남북관계가 풀리자 자녀들이 이산가족 등록과 상봉 신청에 나섰다. 김씨의 이름은 신문과 방송에도 실렸지만 25년 간 북측이 생사확인·사실조회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진전 없는 세월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그는 매년 설 명절 때면 이산가족 1·2세들과 만나기 위해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오두산 전망대를 방문한다. 그나마 고향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김병근씨는 “분단의 세월이 길어져 이젠 ‘이산가족’이란 이름이 희미하고 만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면서 “그래도 죽기 전에 고향 땅을 한번 밟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강원지사는 9일 ‘2026년 설계기 고령 이산가족 위로 방문’의 하나로 김병근씨를 찾아 명절위로금과 위로선물을 전달한다.
이산가족 1세대를 위로하기 위한 봉사 활동의 하나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의 수가 점차 적어지면서 기억도 흐릿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원적십자사 관계자는 “이산가족 1세대중 상당수가 90대 이상 고령이어서 방문이 쉽지 않다”며 “이산가족분들의 고통에 함께 위로하고 공감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