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몰아치는 국회의사당 앞은 강원특별법 처리를 요구하는 강원도민 3,000 명의 열기로 뜨거웠다. 이 집회에 참석하기 전부터 마음 한 쪽이 무거웠다. 뭔가 해야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고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행사도중 전격적으로 삭발 지원자들이 무대로 나왔다. 더구나 첫번째 지원자는 누이 같은 여성분이었다. 난 반사적으로 뛰어나와 이 분을 막아섰다. 이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애꿎은 도민들이 삭발까지 해서야 되겠나? 더구나 여성의 긴머리는 몇 년을 길러야 회복될텐데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내가 대신 머리를 깎았다. 내가 매를 맞는 게 차라리 나았다. 김시성 도의장님이 동조삭발을 해주셔서 외롭지 않았다. 그리고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이건 몇년에 한번씩 하는 거라 이미 익숙했다.
우리는 광역市道 통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럴 이유도 없다. 하지만 순서를 지켜 달라는 것이다. 市道 통합도 중요하지만 특별자치도도 중요하다. 강원 뿐 아니라 전북,제주,세종이 다 특별자치를 해오면서 저마다의 법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발의된지 2년이 다 돼 가는 4개 특별자치시도 특별법은 단 한번도 회의조차 열지 않으면서 발의된지 겨우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광주·전남, 대전·충남 통합특별법만 통과시킨다고 한다. 이건 선입선출(先入先出)이라는 국회의 법안처리 원칙에도 어긋난다.
우리 강원특별법 개정안은 조문 수가 50개인데 뒷전으로 밀리고, 조문 수가 300개에 달하는 복잡한 통합법은 단 몇 주만에 처리하겠다고 벼른다. 이건 졸속심사를 예정해 놓은 거나 마찬가지다. 통합법엔 우리 강원특별법에서 베껴간 조문도 많다. 강원도만의 특별함도 위협받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강원도는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녀 국비 10조 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통합시도는 그럴 필요가 없다. 통합만 하면 20조 원이 그냥 생긴다. 인센티브로 연간 5조 원씩 4년간 지원한다는 것이다. 대전·충남은 올해 국비 17조를 확보했는데 인센티브를 더하면 22조를 차지하게 된다. 세상에 이런 불공평이 또 어디 있나?
도대체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설명이 없다.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보통교부세 총액은 60조로 한정돼 있다. 인센티브로 한 군데 5조씩 주게 되면 다른 지자체에 배분될 금액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더 심각하다. 정부는 통합 시도에 공공기관을 2배 이상 배정하고, 거기에 우선 선택권까지 주겠다고 한다. 이전 대상기관 350개 중에 50개씩 우선적으로 골라가면 다른 지역은 쭉정이만 남는다. 직원 수가 수천 명씩 되는 알짜기관은 기대할 수도 없다. 이건 국토의 균형발전이 아니라 오히려 최악의 불균형을 만드는 결과가 될 것이다.
5극과 3특은 따로가 아니다. 이미 출범한 3특별자치도가 있었기에 5극도 가능한 것이다. 오히려 오랜 고민의 시간을 거쳐 이미 번듯한 행정구역으로 자리잡고 있는 3특을 먼저 키워나가야 5극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전투를 하듯 언제까지 통합한다고 속도전을 치를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5극 통합에만 몰두하여 3특은 보이지도 않는 것 같다. 설마 3특은 잡아놓은 물고기라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민심은 늘 변하는 것이므로.
국회와 정부에 촉구한다. 광역시도 통합법안을 처리할 때 우리 강원특별법을 포함한 3특 법안도 함께 통과시켜주기 바란다. 그게 순리고 상식이다.
그리고 행정통합 인센티브에 버금가는 3특에 대한 지원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지방자치가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다. 도민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
잘려 나간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나겠지만, 상처받은 자존심은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다. 국회와 정부가 강원도민들의 목소리에 응답을 해야 한다. 그것도 마음의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까지 해야 한다. 골든타임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