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농업은 나라의 근간이며, 흙은 정직한 땀방울을 배신하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땅은 ‘땀’의 현장이 아닌 ‘돈’의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특히 농지는 투기의 최전선으로 변질돼 농민이 아닌 이들의 손에서 부(富)를 증식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에 대해 강제 매각 명령을 시사하며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이 대통령은 헌법상의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강조하며, 투기 목적으로 영농계획서를 허위 작성해 땅을 묵히는 행태를 바로잡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대해 야권 일각에서 ‘공산주의적 발상’이라며 사유재산 침해를 주장하자, 이 대통령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농지개혁 사례를 들어 “이승만 전 대통령이 빨갱이 공산주의자는 아니지 않느냐”고 맞받아쳤다. ▼논란의 핵심은 단순하다.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원칙은 우리 헌법이 지켜 온 가치다. 문제는 이 원칙이 현실에서 얼마나 무력했는가에 있다. 도시인이 농지를 사고, 가짜 농업인 행세를 하며 보조금을 타 내거나 땅값이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행위는 이미 오래전에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하지만 대통령의 서슬 퍼런 칼날에 국민의힘은 즉각 ‘내로남불’의 잣대를 들이대며 역공에 나섰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 여권 인사들의 농지 소유 이력을 들춰내며 몰아세웠다. 전·현직 장관들의 이름까지 거론된다. 부동산 전선이 진흙탕 폭로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강원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수도권과 가까운 춘천, 원주, 홍천 등지의 농지 상당수가 타지인의 소유로 넘어가 있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땅을 다루는 사람의 마음은 시시각각 변하기 마련이다. 경자유전의 원칙이 정쟁의 도구로 소비되지 않고, 농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실질적인 대책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투기의 씨앗을 뿌린 자들에게는 법의 엄중함을 보여주되, 묵묵히 흙을 일구는 이들에게는 땅의 가치를 돌려주는 것이 국가의 도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