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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름값 2,000원 시대, ‘에너지 쇼크’ 총력 대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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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충돌이라는 지정학적 위기가 한반도의 실물 경제를 정조준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ℓ당 2,000원에 육박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를 비롯한 전국 주유소에는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급유를 하려는 시민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불과 일주일 만에 ℓ당 100~200원이 폭등하는 ‘에너지 쇼크’ 앞에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정부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에 근거해 ‘석유 최고가격 지정’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현 상황의 엄중함을 보여준다. 국민 경제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산업통상부 장관이 판매 가격의 상한선을 직접 정하는 이 제도는 시장 경제 체제에서 정부가 꺼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규제 중 하나다.

하지만 단순히 가격을 억누르는 것만으로 작금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보다 냉철하고 다각적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의 최고가격 지정 검토는 고물가에 신음하는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고육지책으로 이해된다. 위반 시 징역이나 벌금, 초과 수익 환수라는 강도 높은 처벌 규정까지 두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가격 억제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적 관점에서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반드시 부작용을 동반한다. 가격이 시장 가치보다 낮게 설정되면 공급자는 판매를 기피하게 되고, 이는 곧 ‘기름 부족 사태’나 암시장 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정유사와 주유소의 수익성 악화는 유통망의 붕괴를 초래해 결국 소비자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 확대와 비축유 방출 등 다른 대안을 함께 고려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시장 왜곡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정책적 수단의 우선순위를 정교하게 짜야 할 때다. 유류세 인하 폭을 법적 최대 한도까지 늘려 즉각적인 체감 물가 하향을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비축유 방출을 통해 수급 불균형에 대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워야 한다. 최고가격 지정제는 이러한 조치들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유가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 또한 유통 과정에서의 폭리나 ‘꼼수 인상’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정유업계 역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고통을 분담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 에너지 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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