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한 분노'(Epic Fury)라는 작전명으로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전쟁이 열흘째 지속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석유 최고가격제 집행, 에너지 세제 조정, 소비자 직접 지원을 포함해 추가적 금융·재정 지원도 속도감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외부 충격이 민생과 경제, 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모든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물가안정"이라며 "유류비의 가파른 상승으로 화물 운송, 택배 배달, 하우스 농가처럼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분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민생 현장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기 위한 정책을 적극 발굴해 신속 집행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비상한 상황인 만큼 기존 매뉴얼이나 정책을 뛰어넘는 방안과 속도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며 "어떤 상황에도 국민 삶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민하고 선제적 대처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중동에 남아 있는 국민의 안전 문제와 관련해서도 "전세기 추가 투입을 포함해 필요하면 군용기 활용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안전한 인접 국가로의 육로 이동도 서둘러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파견 중인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을 중심으로 모든 국민이 한 분도 빠짐없이 안전하게 대피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최선을 다해달라"며 "불가피하게 현지에 머물러야 하는 필수 인력의 안전도 각별하게 챙겨달라"고 말했다.
불가항력적으로 찾아온 이번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고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가 닥쳤을 때 제대로 이겨내지 못하는 것은 무능한 것이고,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게 진짜 실력"이라고 했다.
또 "국면이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이고, 어쩌면 자연재해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며 "이 중에 좋은 측면을 최대한 키우면 위기가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위기가 닥치면 변화를 수용할 마음의 준비가 갖춰지게 된다. 소위 기득권도 저항하기 쉽지 않게 된다"며 "그래서 위기 상황을 기회 요인으로 바꾸는 것이 정말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중동 정세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 지원이나 소상공인 지원, 한계기업 지원 등을 하려면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며 "어차피 조기 추경을 해야 할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올해 예상보다 세수도 많이 늘어날 것 같다"며 추경 편성을 위한 여건도 나쁘지 않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 "위기 상황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 이번 기회에 대체에너지 전환을 속도전으로 해치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도 추경 편성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반도체의 업황도 좋아졌고, 주식시장 활성화에 따른 거래세 증가 등으로 재원도 늘었다"며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 특위를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한 것과 관련해 "여러 어려운 점이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야당이 협조해준 점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적 의제를 두고는 경쟁하고 다투더라도 국가적 의제에는 협력하는 모범적 모습을 보여줘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동 정세 위기 상황을 맞아) 정부는 신속하게 잘 움직이고 있는데, 국회도 특위를 만들어 집중적으로 국가 위기 극복에 협력했으면 좋겠다"며 "국회 쪽에 협조 요청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이란 공격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으로 주한미군 전력의 중동 반출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선 "최근 주한미군 포대나 방공무기 반출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우리의 대북 억지 전략에 장애가 심하게 생기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전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이 대통령은 "정부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전적으로 기여하기를 기대하고, 또 지금까지 그래왔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기에) 주한미군이 자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일부 방공무기를 반출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반대 의견을 내고는 있지만, 우리 의견대로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객관적으로 볼 때 대한민국의 군사방위비 지출 수준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매우 높다. 국제기구가 평가하는 군사력 수준도 세계 5위일 정도로 군사방위력 수준이 높다"며 주한미군의 무기 반출이 한국의 방위 태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우리의 국방비 연간 지출 수준은 북한의 GDP(국내총생산)보다 1.4배 높다. 객관적으로 (한국의 국방력은) 북한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물론 북한의 핵이라는 특별한 요소가 있긴 하지만 재래식 전투역량, 군사 역량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국가 방위는 국가 단위로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어딘가에 의존하면 그 의존이 무너질 때 어떻게 할 것이냐"고 되물은 뒤 "언제나 최악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당장 전쟁이 벌어지는 것 때문만이 아니다. 혹여라도 외부의 지원이 없을 때 어떻게 할지를 언제나 생각해야 한다"며 "전쟁에 일상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것처럼 국제질서의 영향으로 외부의 지원이 없어지는 경우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에도 자체적으로 방위할 수 있도록 자주국방 역량을 충실히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의 국방비 수준이나 대한민국의 방위산업 발전 정도, 국제적 군사력 순위 등의 객관적 상황, 여기에 우리 국군 장병의 높은 사기와 책임감을 고려하면 국가방위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 또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도) 전혀 우려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국가정상화위원회라든지 일종의 팀을 만들어 '비정상의 정상화' 사업에 대해 부처별 주요 과제를 뽑아 종합해서 (추진)해보면 어떨지 논의해보라"고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각 부처 소관 업무 중에 정상화해야 할 과제가 상당히 있을 것"이라며 "소위 '개혁 과제'라고 얘기하는 것이긴 하지만, 굳이 개혁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심정적인 저항감을 유발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 상황을 바꾸면 되는 것이고 결과가 중요하다는 말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세사기 근절 역시 우리 사회에 잔존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핵심 과제"라며 "2022년 발생했던 전세 사기 사태로 여전히 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스스로 유명을 달리한 피해자도 파악된 것만 7명"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민생안정과 공동체 신뢰를 훼손하는 전세사기 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주거 안정에 대한 사회적 책임성을 보다 강화할 필요 있다"며 "주택 관련 정보공개 확대, 세입자의 대항력 공백 축소, 중개사 책임 강화 등의 제도개선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