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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랜드마크를 꿈꾸는 소양아트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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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호 정치부 차장

미국의 도시학자 케빈 린치가 1960년 발간한 저서 'The Image of the City'는 도시계획 분야의 고전이다.

책은 도시의 요소를 5가지로 구분한다. 경로(Paths)와 경계(Edges), 지구(Districts), 결절점(Nodes), 마지막으로 랜드마크(Landmarks)다.

랜드마크는 '방향과 위치를 파악하는 기준점'에서 의미가 출발한다. 건물과 탑, 다리 등의 조형물은 하나의 기준점으로 여겨지다 점차 사람들이 그 도시를 인식하고 기억하는 상징적인 요소로 자리 잡으며 특별한 가치를 얻는다.

1960년대 도시 설계 연구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개념은 플레이스메이킹(placemaking)이다. 공공의 공간이 매력을 지니려면 사람들의 활동과 경험이 더해져야 한다는 접근이다. 결국 랜드마크는 도시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장치이고, 사람들의 활동이 더해질 때 그 장소의 매력이 더욱 배가 된다는 점으로 귀결된다.

새로운 랜드마크가 도시에 큰 변화를 가져온 사례는 국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경북 포항시는 '철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담아 2021년 스페이스워크를 세웠다. 스페이스워크는 독특한 외형과 스릴 있는 체험으로 화제를 모았다. 시설 조성에 117억원이 투입됐지만 개장 4년여 만에 방문객 4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며 전국 관광지로 떠올랐다.

부산 해운대는 동해남부선 폐선 구간을 활용해 해변 열차를 만들었다. 해변을 따라 달리는 빨강·노랑·초록색의 열차는 초고층 건물들의 스카이라인과 함께 해운대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전국의 도시들은 고유한 랜드마크를 갖추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춘천도 예외일 수 없다. 이런 흐름에서 최근 들어선 소양아트서클은 여러모로 지역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원형 보행교인 소양아트서클은 다채로운 사각의 패턴이 155m 교량 전체에 칠해졌다. 패턴의 강렬한 색감은 호수, 노을 등 춘천의 자연을 표현했다. 다리 위에는 소양강 조망 공간이 마련됐고 저녁 노을이 지고 밤이 되면 소양2교 미디어파사드, 소양강스카이워크의 야간 경관 조명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물론 곱지 않은 시선도 남아있다. 소양아트서클 건설에 들어간 94억원의 값어치, 패턴 디자인의 이질감 등이 주된 비판의 사유다. 공사 초기 단계에서 불거진 교통 불편도 부정적인 여론을 키웠다. 사업을 포기해 국비 37억원을 반납할 경우 부여될 페널티를 고민해야 했던 춘천시의 속앓이는 그저 행정의 영역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다만 소양아트서클이 시민들을 이제 막 정식으로 맞이하기 시작한 지금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춘천의 관광 명소를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소양강스카이워크도 2016년 개장을 전후해 혈세 낭비라며 예산 삭감의 목소리가 높았다는 것이다. 10년 간 연평균 40만 명이 다녀간 수치는 당시의 섣부른 평가를 뒤집는 반전을 이뤘다.

춘천시는 소양아트서클을 하나의 공공 예술작품으로 문화·공연, 관광투어라는 콘텐츠를 입혀가겠다고 발표했다. 번개시장 원도심 상권으로 이용객이 뻗어나가게 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도시의 랜드마크는 앞서 언급 대로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 이제 막 불을 켠 소양아트서클을 실패작이라 단정 짓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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