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4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1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는 유례없는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한 번에 10여 발을 무더기로 쏘아 올린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는 단순한 기술적 시험을 넘어 유사시 우리 측의 요격망을 무력화하겠다는 ‘과포화 공격’ 능력을 노골적으로 과시한 것이다. 한미 정보 당국이 이번 미사일을 600㎜ 초대형 방사포(KN-25)로 추정하고 있는 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전술핵탄두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다고 공언해 온 북한이 단거리 타격 수단을 대량으로 동원함으로써 한반도 전역을 실질적인 핵 타격권에 넣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도발은 시점과 방식 면에서 여러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S)’ 연습에 대한 반발이다. 북한은 예년보다 야외기동훈련 규모가 축소된 이번 훈련조차 ‘북침 연습’이라 규정하며 김여정 부장의 담화를 통해 ‘끔찍한 결과’를 운운하며 위협해 왔다. 하지만 방어적 성격의 연합훈련을 빌미로 대량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자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주객전도식 도발일 뿐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미사일 버튼을 눌렀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김민석 총리를 만나 ‘좋은 관계’를 언급하며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음에도, 북한은 대화의 손길 대신 미사일 불꽃으로 답했다. 이는 미국 정권의 유화적인 메시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들의 갈 길을 가겠다는 ‘강 대 강’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며, 향후 북미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상태에서만 움직이겠다는 벼랑 끝 전술의 연장선이다.
북한이 최근 제9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예고한 ‘핵·재래식 통합(CNI) 전략’의 구체화는 우리 안보에 직결되는 중대 변수다. 과거에는 핵무기를 최후의 보루인 억제 수단으로 여겼다면, 이제는 초대형 방사포와 같은 재래식 전력에 전술핵을 결합해 실전에서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보충적 타격 수단으로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는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 체계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도전이다. 10여 발이 동시에 날아오는 상황에서 완벽한 방어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적의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원점을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과 응징 보복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와 군은 이번 도발을 엄중히 인식하고 빈틈없는 안보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한미일 정보 공유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 북한의 미사일 동향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어떠한 기습 도발에도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 원칙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정치권 또한 안보 문제만큼은 여야가 따로 없다는 자세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평화는 압도적인 힘에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