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시계추를 1992년으로 되돌려보자. 그해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으로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던 덩샤오핑(鄧小平)은“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공식화하며, 자원을 전략적 레버리지로 삼는 '자원 패권주의'의 기틀을 마련했다. 역설적이게도 같은 해, 대한민국 수출의 60%를 지탱하며 한강의 기적을 일궜던 영월 상동 텅스텐 광산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폐광의 길을 걸었다.
만약 그 결정적 순간, 400년 전 상동의 부흥을 예견한 송강 정철의 통찰과 미래가치를 꿰뚫는 워런 버핏의 안목이 덩샤오핑의 전략과 맞닿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영월은 지난 30년의 공백을 넘어, 이미 세계 자원 지형도를 재편하는 대체 불가능한 ‘글로벌 린치핀(Linchpin)’으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400여 년 전, 강원도 관찰사 송강 정철은 상동의 꼴두바위(高頭岩·고두암)를 바라보며 “지금은 만인을 잡을 험지(萬人殺)이나, 훗날 보물이 드러나면 만인을 살릴 활지(萬人活)가 되리라”고 했다.
이는 단순한 예언을 넘어, 척박한 영월의 산세 속에 숨겨진 자원의 잠재력을 읽어낸 인문학적 통찰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목전의 경제성이라는 좁은 틀에 갇혀, 400년 전 예견된 ‘만인활(萬人活)’의 거대한 문을 우리 손으로 빗장지르고 말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현인이자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이 상동광산에 주목한 이유도 분명하다. 전 세계 텅스텐 시장의 80% 이상을 중국이 장악한 상황에서, 세계 최대 수준의 매장량과 전 세계 평균의 2.5배에 달하는 고품위(WO₃ 0.45% 이상)를 지닌 상동광산은 그 자체로 대체 불가능한 전략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버핏의 혜안 속에 투영된 상동은 단순 채굴지를 넘어, 중국 주도의 독점적 공급망을 견제하고 세계 자원시장의 균형을 재편할 전략적 요충지였다.
이제 상동광산은 대한민국의 자원 안보이자 글로벌 공급 기지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기회발전특구와 투자선도지구를 발판 삼아 영월형 광물하이웨이를 건설 중인 영월군은, 대한민국 핵심 광물의 전 주기를 아우르는 견고한 밸류체인을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규제자유특구를 통한‘K-광물 표준’ 정립은 친환경 정제와 신소재 혁신을 선도하는 글로벌 광물산업의 핵심 인프라를 완성해가고 있다. 상동광산의 부활은 단순히 땅속 광물을 캐내는 1차 산업에 머물러선 안 된다. 채굴된 텅스텐 원석을 그대로 수출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이를 직접 정련·제련해 반도체 공정용 소재, 초정밀 절삭 공구, 방위산업용 핵심 부품 등으로 가공하는‘원료·소재 산업화’가 영월의 핵심 미래전략이 되고 있다. 이는 멈춰 있던 잠재력을 깨운 루이스 블랙(Lewis Black)의 리더십, 상동을 세계적 텅스텐 거점으로 탈바꿈시키며 자원 안보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15세기 정철의 통찰, 20세기 덩샤오핑의 전략, 그리고 현대 버핏의 안목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정부는 상동광산을 미래 산업 안보의 핵심 보루로 인식하고 과감한 규제 혁신과 인프라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시대를 관통한 거인들의 통찰에 대한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완벽한 응답이 될 것이다.
정부와 산업계가 상동광산을 중심으로 한 자원 생태계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것이 30년의 기다림 끝에 찾아온 운명적 기회이자, 세계 자원 전쟁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