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90만
사설

[사설]일상생활까지 파고드는 중동발 에너지·물류 쇼크

중동 전쟁의 포화가 끝을 보이지 않고 장기화하면서 그 여파가 단순히 국제 유가나 증시 변동을 넘어 우리 곁의 일상까지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특히 지정학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 경제는 물론 강원특별자치도 내 영세 업체들과 서민들의 가계 경제까지 연쇄적인 타격이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이제 전쟁은 먼 나라의 비극이 아니라, 당장 내일 사용할 쓰레기 종량제 봉투의 수급을 걱정해야 하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물류의 최전방에 있는 수출 업계다. 도내 중고차 수출 업체들이 한 달간 실적이 ‘제로(0)’에 수렴하고 상담마저 끊겼다는 소식은 현장의 위기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동은 국산 중고차의 주요 소비처 중 하나인데, 해로가 막히고 운송 비용이 폭등하면서 거래 자체가 실종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지역 내 관련 일자리 유지와 자영업자들의 생계 기반을 흔드는 위험 신호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산업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 차질이 불러온 일상용품의 공급 대란이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어지는 나프타는 비닐 봉투와 종량제 봉투 등 플라스틱 제품의 핵심 원재료다. 이미 강릉의 비닐 제조 공장이 가동률을 3분의 1로 줄이고 공장 폐쇄까지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은 공급망 붕괴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급 불안은 시민들의 공포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춘천을 비롯한 도내 마트와 편의점에서 종량제 봉투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판매량이 전주 대비 150% 이상 급증했다는 수치는 민심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이미 고물가에 시달리던 서민들은 ‘사둘 수 있을 때 사두자’는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가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최고 컨트롤타워로 격상하고 ‘비상경제상황실’을 가동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자체 차원의 ‘현장 밀착형 대응’이다. 강원자치도는 도내 수출 기업들의 피해 상황을 전수조사하고, 물류비 지원이나 긴급 경영안정자금 투입 등 실질적인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종량제 봉투 등 필수 생활용품의 사재기 현상을 막기 위해 정확한 수급 정보와 가격 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가격 인상 괴담이 공포로 번지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매점매석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지도 점검이 필요하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