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향토 서예가의 붓끝에서 500년 홍천 역사가 되살아났다.
홍천군 남면 남노일리 출신인 김규영(70)씨는 1454년 간행된 ‘세종실록 지리지’부터 1941년 강원도가 발간한 ‘강원도지’까지 옛 문헌에 담긴 홍천에 관한 기록을 붓글씨로 옮겨 19권의 필사본으로 남겼다.
그가 필사한 문헌 중에는 신증동국여지승람, 관동지, 홍천읍지, 화산현지, 관동읍지, 홍천현지, 여재촬요, 조선지지 등도 있다. 모두 규장각, 국립중앙도서관, 일본 나카노시마 도서관 등 ‘홍천 밖’에 소장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 김규영씨가 세필 해서체로 필사본을 남기면서 지역 사회는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 1년 2개월 만에 나온 결실이다. 그는 매일 5시간씩 들여 홍천의 역사를 1㎝ 크기의 한자로 옮겼다. 그 사이 붓 10개가 닳아 없어졌다.
그는 홍천의 역사를 필사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기록으로 홍천강 중심에 위치했던 누정 ‘범파정’을 꼽핬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빼어난 절경에 선비들이 즐겨찾은 옛 문헌 속 ‘홍천의 랜드마크’다.
김규영씨는 “50편의 한시를 옮기면서 그토록 아름답다는 범파정(泛波亭)이 복원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며 “언젠가 복원된 현장에 한시가 새겨진 표지석이 세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범파정 관련 한시들은 표지석 만한 크기로 별도로 필사했다.
김 씨는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한국전각협회 회원, 홍천노인복지관 한문서예강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서예가로서 일평생 고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 시작했다”며 “홍천의 역사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이어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