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문단의 ‘영원한 청년’이자 감성마을의 촌장이었던 고(故) 이외수 작가의 타계 4주기를 맞아 9일 그가 치열하게 집필에 몰두했던 춘천 교동의 옛집 ‘격외선당(格外仙堂)’에서 동료 및 후배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특별한 기억 모임 ‘기억하는 사람들’이 열렸다.
◇작가의 숨결이 고스란히 밴 ‘격외선당’, 영원한 기념 공간을 꿈꾸다
기억 모임이 열린 ‘격외선당’은 ‘격식 밖의 신선이 사는 집’이라는 뜻으로, 작가가 화천 감성마을로 거처를 옮기기 전 무려 30여 년간 머물며 ‘들개’, ‘칼’, ‘벽오금학도’ 등 굵직한 명작들을 탄생시킨 의미 있는 장소다.
모임에 참석한 지인들은 작가가 직접 가꾸었던 연못과 집필실 등 곳곳에 묻어있는 흔적들을 회상했다. 특히 작가가 투병 중 병원에서 간호사의 펜을 빌려 3년 만에 마지막으로 글씨를 썼던 일화를 언급하며, 흔들린 글씨가 남겨진 그 마지막 메모와 볼펜 등을 향후 전시해 이 공간을 작가를 기리는 영원한 기념관으로 진화시켜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가난과 아픔을 딛고 피어난 치열한 예술혼 회고
이날 지인들은 탕수육과 치킨 등 소박한 음식에 막걸리를 정겹게 나누며, 작가의 굴곡진 개인사와 남달랐던 창작 열정을 회고했다. 가슴 아픈 가족사부터, 화가를 꿈꿨으나 경제적인 이유로 춘교대에 진학해야 했던 청년 시절의 방황이 언급됐다.
최돈선 시인은 연탄을 살 돈조차 없어 덜덜 떨던 추운 방에서 친구의 원고지를 빌려 무조건 “춥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해 하룻밤 만에 치열하게 글을 써 내려갔던 극적인 일화를 공유하기도 했다. 지인들은 그가 밤새 글을 쓰다 한겨울에 속옷 차림으로 뛰쳐나와 바닥에 뻗어 스트레칭을 하던 유쾌한 기행을 떠올리며 웃음 짓기도 했다.
◇독자의 가슴에 남은 위로, 그리고 영원한 기억
이날 자리에서는 작가의 작품이 독자에게 미친 깊은 영향력도 조명됐다. 육동한 더불어민주당 춘천시장 후보는 2009년 겨울 전라도의 한 작은 사찰에서 고시 공부를 하던 시절, 작가의 초기작인 ‘꿈꾸는 식물’을 읽으며 춘천을 향한 짙은 그리움을 느끼고 척박한 객지 생활 속에서 큰 위로를 받았던 개인적인 감동을 나눴다.
◇정형화된 추모를 넘어선 격의 없는 ‘소지(燒紙)’ 의식
이번 행사는 기존의 딱딱한 추모 예술제 형식에서 벗어나격식 없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행사를 준비한 관계자는 “그가 글을 쓸 때는 곁에 있을 수 없었지만, 술을 마실 때만큼은 늘 함께였던 사람들이 모였다”며 모임의 각별한 취지를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라는 작가의 치열한 문학 정신을 가슴에 새기며, 유진규 마이미스트와 임근우 화가, 김진묵 음악평론가 등이 참여한 퍼포먼스와 함께 향을 피우고 종이를 불살라 허공으로 띄워 보내는 소지(燒紙) 의식을 통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웃음과 그리움이 교차한 이번 모임은 작가가 남긴 자유로운 예술혼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뜻깊은 사유의 시간이 됐다.
이날 기억 모임에는 허영 국회의원, 최돈선 시인, 유진규 마이미스트, 김진묵 음악평론가, 임근우 화가, 하창수 소설가, 정현우 작가, 최삼경 소설가, 육동한 더불어민주당 춘천시장 후보, 김남덕 더불어민주당 춘천시의원 후보 등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