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아리랑은 강원도의 산맥이 빚어낸 노래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가락은 태백산맥의 능선을 닮았고, 길게 흘러가는 소리는 깊은 계곡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처럼 사람의 마음속에 오래 머문다. 강원도 사람들에게 아리랑은 단지 오래된 민요가 아니었다. 척박한 삶을 견디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던 생활의 목소리였고, 산골 사람들의 시간을 이어주던 숨결 같은 노래였다.
필자 역시 강원도의 산을 오래 기억하고 있다. 군 복무 시절 최전방에서 바라보았던 향로봉의 능선과 펀치볼의 깊은 산악지형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새벽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고, 밤이면 적막이 골짜기를 덮던 풍경 속에서 사람은 자연 앞에 한없이 작은 존재가 되곤 했다. 산은 말이 없었지만, 그 침묵 속에는 사람의 마음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철책 너머로 불어오던 차가운 바람과 멀리 이어진 산등성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삶 또한 저 산길처럼 굽이굽이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강원도의 삶은 오랫동안 산과 함께 이어져 왔다. 산골마을 사람들은 험한 고갯길을 넘어 장터를 오갔고, 긴 겨울을 견디며 살아야 했다. 떠나는 사람은 많았고, 남겨진 사람들의 기다림도 길었다. 정선아리랑의 가락에는 바로 그런 삶의 시간이 스며 있다. 그래서 이 노래는 단순히 서러운 노래가 아니다. 고단한 삶을 묵묵히 견뎌낸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노래다.
우리는 흔히 아리랑을 ‘한(恨)의 노래’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선아리랑에 담긴 정서는 단순한 슬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안에는 그리움과 체념, 그리고 삶을 끝내 놓지 않으려는 강인함이 함께 스며 있다. 정선아리랑의 느린 가락은 서럽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마치 긴 겨울을 견뎌내는 강원도의 산처럼 묵묵하고 깊다.
특히 정선아리랑은 혼자 부를 때보다 여럿이 함께 부를 때 더 큰 울림을 만든다. 누군가 한 소절을 띄우면 마을 사람들이 뒤이어 가락을 잇는다. 그 순간 개인의 슬픔은 공동체의 목소리가 된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던 삶의 무게도 함께 노래하는 동안 조금은 견딜 수 있는 것이 된다. 강원도의 산골마을마다 아리랑이 오래도록 이어져 온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오늘날 강원도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길은 넓어지고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오래된 마을의 풍경과 사람 냄새는 점점 사라져간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서로의 사정을 묻고 정을 나누던 공동체의 시간 역시 예전 같지 않다. 그럴수록 오래된 노래가 품고 있는 삶의 기억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정선아리랑은 슬픔을 잊게 만드는 노래가 아니다. 슬픔을 함께 견디게 하는 노래다. 첩첩한 산맥을 넘어 흘러온 그 오래된 가락은 오늘도 우리에게 조용히 말하고 있다. 사람은 끝내 혼자서는 삶의 무게를 견딜 수 없다고.
홍예정기자 hyj27@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