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비롯해 총 2,600만명의 식수원 소양호에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며 수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인제군 남면 소양호 상류에서는 붕어와 잉어, 뱀장어 등 수만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했다. 행정기관은 초기 “수질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집단 폐사로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강원일보 보도 후 대학 연구기관의 이 실시한 수질 분석 결과 치명적 수준의 황화수소가 검출됐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장기간 누적된 퇴적 오염, 기존 식수원 관리 시스템 한계 등 복합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강원일보는 소양호 붕어 집단 폐사 사태의 현재 상황과 구조적 원인, 국가 식수원 관리 체계의 문제점,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 등을 집중 점검한다.
■ 소양호 전 어종 폐사 확산 우려=19일 소양호 상류인 인제군 남면 일대. 잔잔한 수면 위로 허옇게 뒤집힌 붕어 사체들이 끝없이 떠올랐다.
어선을 타고 가까이 다가가자 썪은 생선 냄새가 코를 찔렀고, 주변에는 파리가 들끓었다. 어민들은 남면 부평리부터 양구대교 인근 상수내리 선착장까지 6㎞ 구간에서 폐사체 수거 작업을 이어갔다.
호숫가 자갈밭에는 말라비틀어진 붕어 사체들이 널려 있었고, 수면 위에는 생선 기름띠처럼 보이는 부유물이 떠다녔다. 수거된 붕어들은 눈알이 빠지거나 몸 곳곳이 붉게 짓물러 있었고, 아가미 주변은 시퍼렇게 멍든 듯 변색돼 있었다. 어민 이모(60)씨는 “싱싱한 붕어는 윤기가 돌아야 하는데 독극물을 먹은 것처럼 비늘이 들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붕어와 잉어뿐 아니라 뱀장어와 쏘가리 폐사체까지 발견되며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40년차 어업인 김종태씨는 “장어나 동자개는 폐사해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며 “수면 아래에서는 이미 더 많은 폐사가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어민은 “예전에는 산란철이면 붕어들이 물살을 뒤집었는데 지금은 호수 전체가 썩은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폐사가 붕어·잉어·뱀장어 등 바닥층에 머무는 저서성 어종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 어종은 폐사 후 바로 떠오르지 않아 실제 피해 규모가 훨씬 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 수십년 쌓인 오염···소양호 저층 생태계 붕괴=소양호 물고기 집단 폐사 사태가 심각한 이유는 단순한 물고기 폐사를 벗어나 수도권 국민들에게 공급되는 국내 최대 식수원이 바닥부터 썩고 있다는 경고음 이라는 것이다.
물고기 떼죽음의 가장 큰 원인은 치명적 수준의 황화수소 농도가 지목되고 있다. 황화수소는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유기물이 부패할 때 발생하는 대표적 독성가스다. 전문가들은 수십년간 호수 바닥에 축적된 토사와 농업·축산 오염원, 조류 사체 등이 썩으면서 황화수소가 대량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기후변화로 수온 상승과 저층 빈산소(물속에 산소가 거의 없는 상태) 현상이 심화되면서 호수 바닥이 사실상 ‘썩는 저질층’으로 변했다는 분석이다. 조류가 대량 번식한 뒤 바닥으로 가라앉아 다시 부패하고, 이 과정에서 황화수소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상은 강원대 교수는 “겉으로는 물이 맑아 보여도 호수 바닥은 산소가 거의 없는 상태로 썩어가고 있을 수 있다”며 “죽은 조류와 오염물질이 바닥에 쌓여 부패하면서 물고기가 살기 힘든 환경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간 호수 생태계 현황 및 수질 상태를 조사해 저층 오염과 빈산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