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고성출신 이성엽 작가가 꿀벌을 대체 불가능한 경제 인프라로 재정의하고 생태계 위기를 경제학의 언어로 풀어낸 책 ‘꿀벌의 열정페이는 끝났다’를 출간했다.
환경생태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이 작가는, 이번 신간을 통해 자연을 무단 취식하던 시대의 종말을 선언한다. 책에 따르면 그동안 인류의 풍요로운 식탁은 꿀벌이 제공하는 ‘0원짜리 무임 노동’에 철저히 기대어 왔다.
하지만 꿀벌이 사라진 빈자리를 막대한 자본과 인간의 수작업으로 대신할 때, 인류는 ‘10만 원짜리 사과’라는 막대한 빚이 청구된 연체 영수증을 마주하게 된다. 중국 쓰촨성의 배밭에서 인간이 직접 붓을 들고 꽃가루를 묻히는 풍경은 자연이 담당하던 0원의 서비스가 파괴되었을 때 치러야 할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주는 첫 페이지에 불과하다.
저자는 꿀벌의 실종이 인류를 당장 굶어 죽게 하지는 않지만, 식탁 위에서 잔인한 ‘생물학적 불평등’과 ‘영양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바람으로 수분하는 저렴한 밀과 옥수수 등으로 배를 채우면서도 정작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해 병드는 ‘배부른 영양실조’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사과나 아몬드 같은 식품은 부유층의 전유물인 사치품이 되고, 빈곤층은 값싼 가공식품에 의존해 더 자주 아프게 되는 뼈아픈 구조적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또 일각에서 제안하는 로봇 벌 등 ‘기술 만능주의’ 역시 식량 위기의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기계가 꽃가루를 옮기는 동작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수백만 년간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의 회복 탄력성은 결코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감성적인 환경 보호 호소에서 벗어나, 철저한 자본주의 원리에 입각한 파격적 대안을 제시한다. 꿀벌의 노동을 장부에 0원으로 적던 낡은 회계를 폐기하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농부에게 인프라 유지보수 비용인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생태계를 복원하여 꿀벌을 다시 고용하는 것이 인류에게 가장 경제적이고 지속 가능한 생존법임을 역설하고 있다. 도서출판 내인생의 책刊, 160쪽, 1만8,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