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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생태계 파괴하는 하천제방 이제 그만

김범철 강원대 교수 춘천국제물포럼 공동조직위원장

제방 철거하고

하천폭 넓혀야

홍수피해 줄어

푸른 숲과 청정한 하천은 강원도의 큰 자산이다. 그런데 하천에 제방이 너무 많이 건설돼 경관과 수생태계의 건강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제방이 너무 흔하다 보니 우리는 하천에는 제방이 있는 것을 당연시한다. 그러나 환경생태학자의 눈으로 보면 제방은 생물서식지 단순화를 유발하고 수변서식지와 동물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생태계 훼손행위이면서 상류의 홍수위험성을 하류에 전가하는 이기적인 행위다. 게다가 대부분 경제성마저도 없다.

원래의 자연하천은 직선형이 아니다. 단단한 바위산을 만나면 굽어지면서 깊은 소를 만들고, 반대편에는 완만한 모래밭을 만드는 것이 원래의 모습이다.

물길이 구부러진다는 것은 하천 내에 다양한 서식처가 만들어지고 각 서식처마다 다른 생물들이 산다는 뜻이다. 큰 바위 아래와 모래밭에는 다른 어류가 살고 있고, 큰 바위 밑에는 물고기가 알을 붙이고, 잔자갈 밑에는 수서곤충들이 산다. 그러나 제방으로 둘러싸여 직선화된 하천에서는 소와 여울이 없고 수심과 유속이 비슷해 서식처가 단순화되고 동물 다양성도 감소한다.

상류지역의 제방 건설은 홍수 방지에 있어서도 부정적이다. 상류하천이 넓은 폭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유출된다면 하류에 홍수 최대유량이 일시에 도달하지 않고 분산돼 홍수피해가 줄어든다. 지하수로 스며들어 갈 시간 여유도 더 많으므로 지하수 함양에도 좋다. 그러나 제방으로 폭을 좁히고 직선화하면 홍수 시 물이 일시에 빠져나가므로 그 지역의 홍수는 줄일 수 있지만 하류에서는 최대유량이 동시에 겹쳐져 홍수위험이 증가한다. 말하자면 상류하천의 제방 건설은 우리 동네 홍수는 줄이고 아랫동네에 피해를 가중시키는 이기적인 행위다.

제방을 만드는 목적은 집을 짓고 농사를 지을 땅을 얻기 위함이다. 환경생태학자들은 이를 '인간과 자연의 땅뺏기 싸움'이라고 표현한다. 인구 증가로 어쩔 수 없이 농지와 대지가 필요하지만 제방으로 하천 폭을 좁히는 것은 하류의 넓은 평야 지대에서만 경제성이 있다. 경사가 큰 상류지역에서는 제방을 쌓더라도 얻을 수 있는 토지가 적기 때문에 대부분 제방 건설 비용이 토지이익보다 더 크다. 예를 들면 10억원어치의 토지를 얻기 위해 100억원을 들여 제방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제방의 보수관리비용, 생태학적 손실, 하류의 홍수피해를 더한다면 더욱더 경제성이 없어진다.

이제는 상류지역의 하천정비는 제방 건설이 아니라 하천 폭을 넓히고 제방을 철거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하천의 폭을 넓히는 것이 하천정비의 주요 목표가 됐다. 네덜란드에서는 근래 10개년 홍수대책을 추진했는데 프로젝트의 슬로건이 'Room for the river'다. 즉, '하천에 공간을 주자'는 뜻인데 제방을 뒤로 물리고 하천 폭을 넓히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했다. 하천변의 토지를 포기하고 하폭을 넓혀 홍수피해를 줄이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생태학적으로나 더 낫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하천정비사업비는 제방을 철거하고 수변 토지를 매입해 하천의 폭을 넓히는 데에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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