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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원포럼]지역대표성 훼손하는 공룡선거구

황영철 국회의원·국회 예산결산특위위원장

내년 총선을 대비한 선거제도의 개편, 특히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 여부가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지역구 의원 253명과 비례대표 47명, 총 300명의 국민 대표를 선출하는 혼합형 방식이다.

근대 의회민주주의는 각 지역의 대표를 선출해 지역민을 대변함으로써 입법과 과세에 있어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대의제의 본령은 '지역대표 선출'에 있다는 것이다. 비례대표제는 현대 정치에 있어서 정당의 역할이 증대됨에 따라 도입된 보완책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있어서 전체 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는다면 지역대표제와 비례대표제는 상호 역비례 관계를 피할 수 없다. 즉, 비례대표 의원 정수를 확대하면 지역구 국회의원 수는 필연적으로 감소하게 될 수밖에 없다. 논란이 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를 도입할 경우, 전체 국회의원 정수를 대폭 늘리지 않는다면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비례대표제로 선출된 국회의원의 경우 특정 지역 유권자의 특수성을 감안한 의정활동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양극화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와 수도권 중심의 경제 성장으로 인해 지역 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방의 소외가 아닌 지방의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재정 문제를 포함해 각종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일수록 대표성 확보는 절실할 수밖에 없다. 현재 도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다섯 개 기초자치단체가 묶인 복합 선거구가 두 곳이나 있다. 도를 구성하고 있는 18개 시·군 중 10개 기초자치단체를 단 두 명의 국회의원이 대표해 지역민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만일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고 지역구 의원 수를 줄이게 된다면 선거구의 면적은 급격하게 넓어지게 된다. 도에서도 제3, 제4의 '공룡선거구'가 발생해 유권자가 체감하는 의정활동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지역구 의석수 감소에 따른 선거구 재조정 과정에서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의 국회의원 수가 급감하게 돼 농어촌 지역에서는 정치적 대표성마저도 훼손될 우려가 크다. 이처럼 현행 비례대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일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의회민주주의 본령인 지역 대표성을 구시대의 유물이나 정치인의 밥그릇 싸움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될 말이다. 오히려 지역민은 자신의 권익을 보다 선명하게 대변할 수 있는 '지역의 대표'가 제 역할을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대의민주주의가 질적으로 성숙하고 소외된 지방의 목소리를 국민의 입장에서 대변할 수 있는 '지역 균형발전'의 시발점이라는 것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도민은 이번 선거제도의 논의 과정을 도 이익의 관점에서 냉철하게 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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