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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양구 해안 타깃 국유농지대부기준안 문제 있다

김규호 도의원

주민들에게 공지 없이

대부자 경쟁입찰 변경

정부당국 재검토 필요

광복 후 남북분단으로 북한 땅이었던 양구군 해안면민들은 6·25 때 인민군의 후퇴시 대부분 북으로 피난을 갔다. 전쟁이 끝나고 휴전선이 그어지면서 대한민국의 영토가 됐고 해안면은 1956년이 돼서야 정부주도의 전략입주로 수복이 이뤄진 곳이다. 전쟁이 끝나고 해안의 토지는 대부분 주인없는 토지였고 6년 동안 묵힌 해안의 모든 땅은 척박한 황무지였다. 당시 6사단은 전략입주된 주민들에게 가족 수에 따라 황무지를 분배했고 주민들은 맨손으로 들어와 천막생활을 하며 지뢰밭을 일구며 어렵게 개간을 했다.

해안주민들은 땅을 분배받아 개간해 수십년 경작하면서 내 땅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나이가 많아 농사를 못 짓게 되면 경작권을 개인에게 넘기면서 개간에 대한 보상을 받았고 전대가 이뤄지기도 했다. 해안만의 농지에 대한 질서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던 중 1990년대에 3개 리를 제외한 대부분 토지를 국가에서 국유화시켰다. 이 당시 주민들은 10년 동안 대부료를 잘 내면 국유화된 토지를 불하해 준다고 공무원들이 말했다고들 한다. 모든 주민이 똑같이 그때의 상황을 증언하는 것으로 봐서는 신빙성이 있다고 보인다.

지난 3월4일 기획재정부는 '국유농지대부기준안'이란 것을 만들어 시행했다. 이 기준안은 양구군 해안면을 타깃으로 정해놓고 만든 정부 훈령이다. 주요 내용은 1만㎡ 미만은 수의계약으로, 그 이상은 무조건 경쟁입찰을 통해 대부자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수십년을 농사지며 가꿔온 농토에 다른 사람이 와서 나도 여기에 농사를 짓겠다고 하면 입찰을 봐 대부자를 결정하겠다는 셈이다.

겉으로 봐서는 공정한 대부기준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해안지역의 역사성과 특수성, 지금까지의 해안농지의 변천과정과 농촌의 토지개념을 본다면 있을 수 없는 조치다. 더욱이 이미 수억원을 들여 경작권 보상을 하면서 농지면적을 늘려 6만㎡ 이상의 면적을 대부받아 영농을 해 온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빠져 있다. 6만㎡ 이상의 국유지를 대부받아 경작을 해 온 농민들은 당장 농지를 빼앗기게 된 상황이다. 또한 기획재정부의 이번 국유농지대부기준안 개선 발표는 절차상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훈령을 통해 시행됐는데 이런 조치가 이뤄진 건 해안의 토지를 겨냥한 것임에도 정작 해안주민들에게는 공지를 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에서는 관보 등에 행정예고를 했다고 하는데 이를 볼 수 있는 농민이 누가 있겠는가? 반발을 우려해 적극적인 홍보를 안 했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지금 해안면민들은 이번 조치로 나타날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초조하다. 토지를 빼앗기는 게 기정사실화된 농민들은 변호사 선임을 통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더 걱정되는 일은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묵인과 방관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해안 농지의 전대 관행에 대한 일제 단속이다. 정부 당국과 지자체의 암묵적인 승인하에 60년이 넘게 이어져 온 해안면만의 농지질서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려 하는 정책이 너무 경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부 당국의 국유농지대부기준의 재검토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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