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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원포럼]자치분권 앞당길 지방이양일괄법

최진혁 자치분권위 정책자문위원장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2020년 1월9일 마침내 문재인 정부에서 지방이양일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동안 단일사무별로 이양을 논의하던 비효율적인 사무배분방식에서 탈피해 일괄적·종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치권 확대 수단의 효율성이 높아지게 됐다. 이는 참여정부부터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사무를 논의해 오면서 16년간 중앙과 지방 간 사무배분의 소중한 경험을 토대로 이뤄낸 값진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소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방민주주의의 기본 요체로서 자치분권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국가와 지방정부의 권한과 책임이 바로 정립돼야 하는데, 여기에 국가와 지방 간 사무배분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이후 반세기 넘게 중앙집권적 정치·행정체제 속에 너무 길들여지다 보니 지방자치단체가 자율과 책임으로 해야 하는 일을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여 처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1991년 지방의회 재구성에 따른 지방자치 부활 이후 1994년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무 구분은 총 사무 수가 1만5,744개로 국가가 직접 처리하는 사무는 1만1,744개(75%),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 사무는 1,820개(12%), 자치단체가 자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무는 2,110개(1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이를 증명하고 남음이 있다.

이번 법 제정에 따라 이제 국가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주기 위해 하나의 법률에 총괄하여 개정하게 됨으로써 16개 부처 소관 46개 법률에 해당하는 400개 사무를 한꺼번에 지방에 이양하게 된다. 해양수산부가 135개 사무와 7개 법률이고, 국토교통부는 70개 사무와 9개 법률, 여성가족부 51개 사무와 1개 법률 등이다. 한편 349개 사무(87.2%)는 국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51개 사무(12.8%)는 시·도인 광역자치단체에서 시·군·구인 기초자치단체로 이양하는 것으로 대부분 국가에서 시·도에 이양하는 사무가 절대다수(242개 사무, 60.5%)이고 국가가 시·군·구에 이양하는 사무는 50개 사무(12.5%)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부터 시행되는 지방이양일괄법은 지역별 여건에 맞는 지역개발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지방관리항 항만시설 개발·운영권한 이전은 지역 내 산업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항만시설로 투자 확대가 이뤄질 수 있어 지역 주민 고용창출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의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개발부담금 사무는 부담금액의 정확한 산정·부과와 신속한 징수, 지역여건을 반영한 부담금 감면 등을 통해 자치단체 주도로 지역개발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기관 및 유치업 등록 관련 9개 사무이양은 지역별로 한방, 성형 등 지역 내 특화된 의료기관을 적극적으로 발굴·등록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해외마케팅, 연계 관광상품 개발 등 국제의료관광객 유치에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 투자함으로써 지역개발에 큰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요컨대 지방이양일괄법은 자치분권 정책의 실효성을 배가시키는 중요한 법률이다.

이제 자치단체는 지역 여건에 맞는 개발로 지역 주민에게 실익이 돌아가도록 실제적인 권한행사를 해야 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중앙과 지방 간의 합리적인 관계모형이 설정되고 지방의 자율과 책임성이 정착되는 실질적인 자치분권 시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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