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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The 초점]‘결정적 순간'의 방역 행정

김진하 양양군수

군단위 유일 4단계 격상

행정명령 이행점검 병행

국민 동참 확산세 진정

군 3단계 하향 조정 시행

경영학에는 ‘MOT(Moment of Truth) 이론'이라는 게 있다. ‘진실의 순간'이라고도 한다. 서비스 제공자(직원)가 현장에서 고객과 접하는 최초의 15초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 짧은 시간이 기업 또는 상품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을 ‘결정적 순간'이라고 한다. 코로나19 방역 행정에도 결정적 순간이 있다. 바로 이 순간이 코로나 확산의 고리를 끊어 내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며칠 동안 인터넷 포털 및 뉴스에서는 양양군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하여 운영한다고 연일 보도됐다. 대표적 관광지이고 휴가철임을 감안할 때 자발적 4단계 격상은 놀라운 결정이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문제에서는 ‘신중함'보다는 ‘신속함'이 필요한 순간이 종종 있다.

양양군에서는 7월20일을 기점으로 평균 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24일에는 하루 확진자 수가 무려 14명에 이르게 되었다. 양양지역 인구가 3만명 미만임을 감안하면 매우 심각한 위기였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여름 특수는 물론 일상생활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었다. 확산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7월25일 자정(0시)을 기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국 군 단위에서 유일하게 최고 단계인 4단계로 격상했다. 여름 특수를 누려야 할 시기에 송구스러운 일이지만, 확산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였다.

양양군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하면서 군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첫째, 감성행정을 펼쳤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군민의 고통을 공감하고, 지금까지 여러 가지 난제를 슬기롭게 헤쳐 오신 군민 여러분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둘째, 지역감염임을 정확히 알리고 신속히 격리하고 서로 떨어져 살기로 했다. 몇몇 기사에는 휴가철 외부 관광객으로 인해 확산된 것처럼 보도되기도 했지만 역학조사 결과는 대부분 지역 감염이었다. 내부 문제를 외부로 돌려 핑계 삼지 않고 접촉자와 동선을 신속하게 분리했다.

셋째, 단호한 행정명령과 이행 점검을 병행 실시했다. 농구 경기에서 사용하는 ‘올코트 프레싱' 작전 방법이었다. ‘전원 수비 전원 공격'으로 전환하는 적극 행정이다. 지금은 행정과 사업주가 일체가 돼 함께 맞서 싸워야 할 때임을 강조하고 행정명령 이행 여부를 집중 점검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호미가 되느냐 가래가 되느냐는 ‘결정적 순간'에 달려 있다. 가장 특수를 누려야 할 시기에 양양군민의 희생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안타까웠지만, 결론적으로 방역의 결과는 정착화된 화전민적 방식을 손절하고 노마드적 방식으로의 전환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결정적 순간'이 상황을 결정지었다.

무엇보다 군민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백약이 무효다. 군민 모두가 방역 주체로서 철저한 생활 방역에 적극 동참해 주신 덕분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했던 6일 동안 확산세가 진정세로 돌아섰다. 양양군의 ‘결정적 순간'에 조치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추진과 함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받아들이고 실천해주신 주민들 덕분에 확진자가 크게 감소했다. 행정과 지역주민 간의 신뢰가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이제 양양군은 7월31일 자정부터 3단계로 조정해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성숙한 군민의식을 보여주신 군민 여러분과 생업의 희생을 감내하신 소상공인들께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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