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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광복절 특사'

광복절은 '빨간날'이다. 하루라도 더 쉬고 싶은 직장인들이 이날을 기다리는 솔직한 이유다. '나쁜 짓'을 한 사람들도 광복절이 좋다. 대통령이 죄를 사해 주는 날이기 때문이다. 특별사면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특사 대상에는 그동안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정지·취소된 교통사범이나 생계형 민생사범도 있었지만 큰 물의를 빚었던 정치인이나 기업인도 많았다. ▼광복절 특사는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광복절 특사로 석방되기 위해 교도소 생활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모범수와 변심한 애인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탈옥을 결심한 죄수가 함께 탈옥한 뒤 자신들이 광복절 특사 명단에 끼어 있음을 알고 다시 교도소로 향하는 해프닝을 그린 '광복절 특사'는 광복절 특사 발표가 있을 때면 생각나는 영화다. ▼1988년 10월16일 서울 북가좌동 가정집에서 탈주범 4명이 한 가족을 인질로 삼고 경찰과 대치하다가 10시간 만에 자살 또는 사살되는 유혈극이 벌어졌다. 당시 마지막으로 자살한 지강헌은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 사는 게 이 사회다. 전경환의 형량이 나보다 적은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이후 '유전무죄 무전유죄(돈 있으면 죄가 없고 돈 없으면 죄가 있다)'라는 말은 사회적 공감을 얻어 잣대가 다른 법에 분개하는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8·15 특별사면을 하지 않았다.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에 대해선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매년 죄를 짓고도 광복절 특사로 쉽게 풀려나는 정치인이나 기업인은 법적 불평등에 대한 논쟁의 대상이었다. 이제 그런 '선심성 특사'의 논란도 끝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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