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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4대 거짓말'

'노인네, 늙으면 죽어야지' '노처녀, 시집 안 간다' '장사꾼, 밑지고 판다'. 흔히들 말하는 대한민국 3대 거짓말이다. 이제 '규제 풀겠다'는 말도 하나 추가해 '4대 거짓말'이 된 세태다. ▼1970~1980년대에는 정부 규제라는 개념이 별로 없었다.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정부는 규제개혁을 외치고 현장에서는 규제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한다. 규제개혁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기득권자들의 반대다. 예컨대 의료서비스 향상과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원격진료는 동네 의사들 반대로 수년째 허용되지 않고 있다. 원격진료를 도입하면 의료 수요가 대형 병원으로 쏠린다는 것이다.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도 몇 가지 품목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정부는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에 앞서 관련 기득권자 반대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도와 화천군은 DMZ 비무장화에 발맞춰 평화의댐~칠성전망대 38.7㎞를 관광벨트로 구축, 89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2017년 평화의댐~칠성전망대 구간을 우선 관광상품으로 운영했으나 관광객은 2017년 870명, 지난해 246명에 그쳤다. 가장 큰 걸림돌은 까다로운 신원 확인 및 출입 제한으로 인한 규제다.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살찌우자고 하면서도 스스로 손발을 묶으며 거꾸로 가는 형국이다. ▼규제는 궁극적으로 정부와 시장의 역할 배분이다. 정부의 적극 개입이 필요한 부분은 풀어서는 안 되고, 시장에 맡겨야 하는 부분에서는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공짜로 얻어지는 규제개혁이 있는가. 공무원, 국회의원,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진정성 있는 대화로 치열하게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규제개혁은 규제로 이득을 보는 기득권 세력과의 전쟁이나 다름없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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