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40만
언중언

[언중언]고독한 죽음

설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흩어져 살던 가족이 모여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점에서 명절의 의미는 각별하다. 돌아가는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더 싸주려는 부모의 애틋한 사랑은 각박한 일상을 버텨낼 에너지로 자식들 가슴에 채워진다. 하지만 홀로 지내는 명절이 더 서글픈 노인이 숱하다. 초핵가족 사회의 어두운 그늘이다. 가족 해체, 1인 가구의 증가는 고독사를 부추긴다. ▼홀로 살다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것은 이젠 인류사 문제가 됐다. 일본에선 연간 3만명이 고독사로 생을 끝내고 있고, 영국에선 6,500만 국민 중 900만명이 고독감을 느끼며 살아간다고 한다. 오죽하면 고독사 유품 정리업이 신종 직종이라는 말이 나올까. 강원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2일 춘천의 한 주택에서는 홀몸노인이 숨을 거두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 전체 독거노인 5만7,269명 중에도 맞춤형 돌봄서비스를 제공받는 인원은 1만5,741명(27.4%)에 그치고 있다. 10명 중 7명 이상은 오늘도 홀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1인 가구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가 참여해 16일 출범했다. 1인 가구가 겪는 다양한 문제의 종합적 해법을 찾겠다는 취지다. TF를 구성한다고 고독사 등 1인 가구로 인해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가 해결될까. 혼자 사는 사람들은 남모르는 죽음보다 죽을 때까지 아무에게도 관심받지 못하는 것을 더 힘들어한다. 이웃끼리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고 아쉬운 일은 서로 돕는 미덕만 되살아나도 걱정은 확 줄어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막하기만 한 방문을 두드려 줄 누군가를, 눈을 마주하며 대화할 상대를 간절히 기다리는 혼자 사는 이웃이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밀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우리 안에 있다. 힘겹게 혼자 살며 외로이 생을 마감하는 문제를 푸는 대책은 차갑게 식어버린 인정(人情)부터 살려 내는 일이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