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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5배 징벌에 입증책임까지 묻겠다”는 언론중재법

더불어민주당, 허위 보도 손해배상제 도입

알 권리 침해·언론 비판 기능 무력화 ‘과잉입법'

8월 중 강행 처리 땐 더 큰 부메랑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언론의 허위 보도에 최고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한 데 이어 상임위 전체회의와 법사위, 본회의까지 속전속결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에서 전날 언론중재법의 상임위 소위 통과와 관련해 “가짜뉴스로 인한 국민 피해를 구제하고 공정한 언론 생태계를 위한 언론개혁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자평했다.

개정안에 담긴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언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 조작 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등을 당했을 경우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직자나 후보자, 대통령이 정하는 대기업과 주요 주주들의 경우 ‘악의성' 입증이라는 단서를 뒀다. 언론 대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지난해 6월 최초로 발의안이 나온 지 한 달 만에 문체위에 상정돼 1년여 동안 계류됐다.

윤 원내대표가 언론개혁의 첫발이라고 언급했지만 곳곳에 독소 조항이 있다. 언론사 오보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도록 한 것은 언론의 비판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과잉입법이다. 이는 위헌의 소지가 있고 국민의 알 권리마저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언론보도 피해자를 구제하는 수단은 지금도 마련돼 있다. 현행 언론중재법 및 민·형법 체계상 언론보도 피해자를 얼마든지 구제할 수 있다. 즉, 현행법 체계에서도 언론의 악의적 보도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은 물론 명예훼손죄 등에 따른 형사상 책임도 지도록 돼 있다. 이처럼 피해구제 수단이 있는 상황에서 5배의 벌칙 부과는 헌법에 규정된 과잉금지 원칙에 명백히 위배된다. 민주당은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언론 재갈법'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5개 언론 단체가 성명을 발표하고 헌법소원을 내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군다나 이번 개정안은 배임이나 횡령도 아닌 과실에 의한 손해배상액에 대해 기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게 할 뿐 아니라 고의 또는 중과실의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아닌 언론사에 두고 있어 현행 민법체계와 충돌한다. 언론사에 입증 책임을 물으면 필연적으로 언론의 감시 기능이 약화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이러한 입법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더욱이 정정 보도를 했을 때 원보도와 같은 분량·크기로 게재해야 하고, 인터넷 기사에 대해서도 기사의 열람 차단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 개정안을 8월 중 통과시키겠다는 민주당의 입장은 더 큰 부메랑을 몰고 올 것이다. 여당은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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