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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르포]홍천강 범람해 쑥대밭 된 마을…주민들 ‘망연자실’

가정리·한덕리 일대 농경지 3만평 이상 침수돼
인근 수상레저시설 ‘15억원’ 이상의 피해 발생

◇지난 10일 춘천시 남면 가정리에서 밤 사이 폭우로 홍천강이 불어나 근처 농경지가 잠겨있다.

“추수를 한 달 남겨놓고 논이며 밭이며 전부 물에 잠겨버렸으니 올해 농사는 끝장난 것이나 다름없어요”

지난 10일 춘천시 남면 일대 마을 주민들은 악몽 같은 새벽을 보냈다. 3일간 쏟아진 물벼락에 홍천강이 범람하면서 애지중지 키운 농작물이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가정리와 한덕리 일대 농경지 10만여㎡가 물에 잠기며 수확을 앞둔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다.

가정리 주민 A(80)씨는 “논밭을 쑥대밭으로 만든 강물이 집 앞까지 차오를까 걱정돼 밤을 꼬박 지새웠다”며 “감자와 애호박 등 애지중지 키워온 농작물이 모두 물속에 잠기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한덕리 주민 B(29)씨는 “삼척으로 출장을 갔다가 마을 일대가 쑥대밭이 됐다는 할머니의 연락을 받고 급히 돌아왔다”며 “피해를 입은 이웃 주민들을 도울 방도가 없어 위로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춘천시 남면 가정리에서 밤 사이 폭우로 홍천강이 불어나 근처 수상레저시설이 잠겨있다.

마을 근처에 위치한 수상레저시설 업체도 보트와 선착장을 비롯한 놀이기구 시설들이 강물에 떠내려가거나 침수돼 10억여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 지난 10일 새벽 3시 불어난 물에 놀이기구가 떠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들이 장대비속을 뚫고 동분서주 했지만 순식간에 허리춤까지 강물이 차오르며 대피해야만 했다.

11일 맨발 차림으로 진흙을 걷어내고 있던 직원 C(50대)씨는 “물놀이 시설은 물론 사륜오토바이 수십 대와 직원들의 차량도 침수돼 올시즌은 더이상 영업을 못하게 됐다”며 “시설 피해액만 15억원이 훌쩍 넘는다”고 울상을 지었다. 업체는 8월 말까지 연일 1,000여건씩 접수돼 있던 예약을 모두 취소했다.

◇춘천시 남면 가정리에 위치한 수상레저시설의 놀이기구가 폭우로 불어난 강물로 인해 훼손되어 있다.

춘천시는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물이 빠져나간 11일 오후부터 마을 일대의 피해 조사 및 각종 장비를 동원에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

춘천시 남면 일대 폭우 피해 지역을 찾은 허영(춘천갑) 국회의원은 “피서철 성수기에 대형 피해가 발생해 주민들의 고통이 상당하다”며 “춘천시에서 피해복구를 위한 선제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이뤄질 수 있게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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