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 (1214)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병아리 오줌’이란 아주 보잘것없는 분량이나 가치를, “발등에 오줌 싼다”란 너무 바쁜 경우를, ‘언 발에 오줌 누기(동족방뇨·凍足放尿)’란 임시변통은 될지 모르나 그 효력이 오래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사태가 더 나빠짐을, ‘제 발등에 오줌 누기’란 자기가 한 짓이 자기를 모욕하는 결과가 됨을, “꼴에 수캐라고 다리 들고 오줌 갈긴다”란 되지 못한 자가 나서서 젠체(잘난 체)함을, “키를 쓰다”란 잠자다가 오줌 싼 녀석이 열없게도(겸연쩍고 부끄럽게도) 키를 뒤집어씀을 비꼰 말이다.

“오줌 누는 새에 십 리를 간다”란 무슨 일이나 매우 빨리 지나감을, “오줌에도 데겠다”란 미지근한 것에도 델 정도로 몸이 몹시 허약함을, ‘오줌에 뒷나무’란 밑씻개가 필요 없는 오줌 누기하고도 뒷나무를 밑씻개(뒤를 보고 밑을 씻는 종이 따위)로 썼다는 뜻이니, 당치도 아니한 사물이나 행위를 뜻한다. 여기서 뒷나무란 밑씻개로 쓰는 가늘고 짧은 나뭇가지나 나뭇잎을 말한다. 사실 시골에서 어린시절 원시생활을 했던 필자도 신문지 한 장도 구할 수 없었는지라 집 통시(뒷간)에서는 똥을 누고 지푸라기를 싹싹 비며 쓱 밑을 닦았고, 산이나 들판에서는 넓적한 돌멩이나 풀잎이 밑씻개였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항문이 무척이나 질겼던 모양이다.

‘오줌’을 점잖게 일러 ‘소변’이라 하고, 완곡하게 ‘소피(所避)’라 한다. 공주도 참을 수 없다는 똥오줌 아닌가. 특히 어릴 때 불장난하고 잠들면 오줌을 지려 이불에 지도를 그리게 되고, 이튿날 아침에 멋쩍게도 키를 뒤집어쓰고 옆집에 소금을 얻으러 가야 했다. ‘오줌싸개’는 어려서 아직 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야뇨증(夜尿症· enuresis)인 아이를 이르기도 하지만, 또 오줌을 싼 아이를 놀림조로 부르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어릴 적에는 동네방네 쏘다니며 놀다가도 소피가 마려우면 집으로 달려가 오줌통에 깔겼으니,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은 오줌이 최고의 액비(液肥)로 쳤다. 대변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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