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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영산 태백산, 세계바둑의 성지로 거듭난다

김광희 부국장

태백산(太白山)은 높이가 1,566.7m다. 높고도 신령스러워 예로부터 천년병화(千年兵火)가 들지 않는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불렀다. 총 면적 7만 52㎢로 2016년 4월 15일 대한민국의 22번째 국립공원이 됐다. 늦봄과 초여름에는 철쭉이 아름답게 피어 철쭉제가 개최되고, 겨울에는 설경이 아름다워 눈축제가 열린다.

태백산은 단종이 백마를 타고 산에 들어와 산신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여기에 연유해 태백산 산정에는 단종비가 세워져 있다. 또한 이 산에는 태백산사(太白山祠)라는 사당이 있고, 소도동에는 단군성전(檀君聖殿)이 자리하고 있다. ‘삼국사기’ 기록에 의하면 신라시대에는 오악 중 북악이라 불리며 왕실이 제사를 올리는 대상이었다. 또한 명산으로 알려져 토속신앙이 성했으며, 정상을 비롯해 계곡 주변에는 사찰과 기도처가 많았다.

신과 교감하며 한 민족의 얼이 깃든 태백산이 이제는 세계 바둑의 성지로 거듭난다. 태백시, (재)한국기원, 강원일보, 국립공원공단은 최근 태백시청 소회의실에서 ‘태백산, 세계 바둑의 성지화(聖地化)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이들 기관과 단체들은 앞으로 힘을 합쳐 태백산맥의 종주(宗主)이자 모산(母山)인 태백산을 ‘바둑’의 원산(原山)이자, 한국 기도(棋道)의 랜드마크로 부상시킨다는 계획이다.

태백산 천제단인 천원(天元)을 기점으로 바둑관련 문화관광사업을 활성화해 나가는 한편 세계바둑대회를 유치해 태백시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바둑 스포츠도시로 조성하게 된다. 이와 함께 태백산 천원(성지화) 추진단 결성 및 운영, 한국기원 태백분원 설립, 전국 바둑 축제 및 전국대회 3회 이상 개최, 지역 바둑 유소년클럽 활성화 지원, 태백산 천원사업 용역 추진, 매년 1,2월 태백산배 프로·아마바둑대회 개최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태백시는 이번 성지화 사업이 대한민국 바둑 스포츠의 저변 확대 및 지역 경제 활성화의 시발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태백산 천제단에서는 예부터 천신제(天神祭)를 지내왔다. 강원일보사와 태백시는 개천절인 10월 3일 천제단에서 제례를 마친 후 22회째 태백산배달바둑 한마당 축제를 개최해왔다. 이 산상대국에 초청된 기사들은 태백산의 정기를 받은 이후 각종 세계대회를 제패해 왔다, 2001년 1회 대회에 참여했던 당시 이세돌 2단은 2002년 후지쓰배 우승 이후 3연패를 했으며 이후 잇단 세계대회 우승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박영훈 9단은 산상대국 이듬해 후지쓰배 정상을 차지했다. 최철한 9단, 강동윤 9단, 유창혁 9단, 원성진 9단 등도 세계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 산상 대국을 벌였던 최정 9단은 현재 여자랭킹1위 답게‘바둑여제’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3년 참가한 신진서 9단은 2023년 상반기 다승과 승률, 연승, 상금 랭킹에서 1위를 차지하며 9관왕에 등극하는 등 ‘절대강자’가 됐다.

이로 인해 국내 상당수 프로바둑기사들은 태백산을 반드시 방문해야 할 바둑의 성지이자, 명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조선 시대 천재 매월당 김시습은 ‘망태백산(望太白山)’이라는 시에서 “멀고 아득한 태백산을 서쪽에서 바라보니, 기암괴석이 구름 사이에 솟아 있네. 사람들은 산마루 신령님의 영험이라 말하는데, 분명코 천지의 조화로세.”라고 했다.

태백산은 산이 높고 높은 봉우리들이 많아 신선들이 사는 선계(仙界)와 같은 느낌을 준다. 옛 시문에도 태백산에 대한 신선의 영상과 산정의 영이(靈異)함이 자주 나온다.

신라·고려 때부터 모태 토속신앙의 중심지였던 태백산이 신선들과 함께 노닐며 이제는 세계 바둑의 성지로 우뚝 설날을 기다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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