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에서 다단계 금융사기 관계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강원도를 포함해 전국에서 3,000명 이상의 피해자가 수백억원을 사기당한 것으로 파악돼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50대 남성과 60대 여성 극단적 선택=강릉경찰서는 50대 남성 A씨를 살인 혐의로 조사중이라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0시께 경찰에 자수하며 지난 14일 속초의 한 야산에서 60대 여성 B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를 긴급체포하고 이날 오전 6시58분께 B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A씨와 B씨는 글로벌 투자기업을 빙자한 G사의 다단계 금융사기 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하며 지인 등을 포함해 신규 투자자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도의적인 죄책감을 느끼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하고 A씨가 먼저 B씨를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등의 피해규모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글로벌기업 사칭 투자자 모집=투자자 등에 따르면 G사는 표면적으로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투자 기업으로 홍보하며 2024년부터 회원을 끌어모았다. 모바일 앱을 통해 회원들에게 현금 투자를 유도했다. 실제 초기에는 수익도 배분하면서 점점 많은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그러나 지난 6일부터 출금시스템을 중단했고 이에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최대 수억원이 묶인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했다. 계좌를 통해 보낸 투자금은 흐름을 추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광역경찰청과 시·군 경찰서에 G사와 관련된 피해가 수백건이 접수되고 있으며 서울경찰청이 취합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간 갈등 우려=피해자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 집단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위원회에 따르면 강원도를 포함해 전국의 피해자들은 3,000명 이상에 달하고 피해금액은 수백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투자를 권유한 경우도 많아 피해자간 갈등과 다툼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인 소개로 투자한 정모(65)씨는 “농업분야 기술에 10시간만 투자해도 원금의 40%만큼 수익금을 보장한다는 말에 노후자금 2,000만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농부인 또다른 정모(50)씨는 “가족들까지 동원해 카드, 금융, 캐피탈 대출을 끌어모아 수억원을 투자했다”고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박종구 G사 피해대책운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강원지역에서도 다수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강원지부 담당자도 선출해 전국 피해자들과 공동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본보는 G사 대표와 회사에 수십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