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美 독립전쟁기념일 보스턴 하늘은 태극기로 가득했다”

강원일보 창간 80주년 특별기획 [1950 KOREAN WIN]
대한민국 1950 보스턴 마라톤 1·2·3위 석권, 세계마라톤史 최초
춘천 출신 함기용 선수 당시 우승…美언론과 전 세계 스포트라이트
함기용 생전 구술채록, 유족·제자 인터뷰 통해 도전과 삶 재구성 해
강원 출신 잊힌 영웅의 삶…오늘날 세계 정상 K-컬처 자긍심 일깨워
동명 다큐 제작…강원일보 단독 보유 중인 1950 당시 사진도 공개

◇1950년 보스턴 마라톤 출전 당시 함기용(뒷줄 가운데), 손기정 감독(뒷줄 오른쪽), 최윤칠(앞줄 왼쪽), 송길윤(앞줄 오른쪽). 강원일보가 단독 보유 중인 역사적인 사진이다. 사진=강원일보DB

“세계신기록이야! 세계신기록”

32㎞ 지점, 손기정 감독의 목소리가 들렸다. 함기용은 이미 25㎞ 지점부터 세계신기록 페이스로 독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38㎞ 지점 악명 높은 ‘상심의 언덕(Heartbreak Hill)’을 오른 후 그는 더 이상 뛰지 못했다.

결승선은 불과 4㎞ 남았다. 함기용은 3번이나 걷다 뛰고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그를 쫓는 다른 선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함기용은 “앞에 뛰는 선수도 뒤를 쫓는 사람도 없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마침내 2시간32분39초로 1950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의 챔피언이 됐다. 보스턴 현지에서는 그를 ‘워킹 챔피언’(Walking Champion)이라고 불렀다

걷고도 손쉽게 우승할 정도로 빨랐다는 찬사였다. 함기용이 결승테이프를 끊은 지 3분19초 후 대한민국 송길윤(2시간35분58초)이 2위로 골인했다. 이어 최윤칠(2시간39분49초)이 3위를 차지했다. 미국독립전쟁 기념일인 1950년 4월19일 보스턴 하늘은 태극기로 가득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세계 제패이자 국제 마라톤 역사상 최초의 석권이었다.

1950년 4월19일자 ‘보스턴 글로브’ 호외판1면

1950년 4월19일자 ‘보스턴 글로브’ 호외판의 1면 타이틀은 ‘KOREAN WIN-One Two Three In Marathon(대한민국이 승리했다-마라톤 1위, 2위, 3위를 차지했다)’였다. 20일자 지면 1면 타이틀 역시 대한민국이 장식했다. 보스턴 글로브는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의 사진과 함께 대한민국이 ‘휩쓸었다’(Sweep)고 표현했다. 손기정 감독은 자서전 ‘나의 조국 나의 마라톤’에서 “보스턴 하늘에는 태극기만이 가득했다. 전세계 마라톤계는 또 한 번 한국 마라토너들의 우수성에 탄복했다”고 썼다.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K-컬처의 원조였던 셈이다.

당시 열아홉 아직 소년 같은 청년이었던 함기용은 “우리 세 명이 엄청난 일을 했다. 세계 마라톤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을 해냈다”며 “나도 이제 1등이구나. 부모님이 얼마나 기뻐할 것이며 우리 국민들이 환호하고…해방, 건국한 지 얼마 안됐으니 국제적으로 그렇게 기쁜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1950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 후 경무대(현 청와대)에 초청돼 기념패를 받은 함기용. 사진=양정고 제공

강원일보는 창간 80주년 특별기획 ‘KOREANS WIN-1950 보스턴’을 연재한다. 춘천시 동내면 사암리 출신으로 대한민국 사상 최초로 세계 정상에 오른 고(故) 함기용 선생의 일대기와 1950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를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한다. 함기용 선생이 대한체육회에 남긴 구술채록, 국립중앙박물관의 협조, 유족과 제자 등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함기용을 입체적으로 재조명, 강원 출신 영웅의 삶을 선양하고 오늘날 세계 정상에 오른 K-컬처의 자긍심을 일깨운다. 또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제작·공개하고 강원일보가 단독으로 보유 중인 1950년 보스턴 마라톤 당시의 사진 등을 다수 소개한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