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에서 고성까지, 강원도 동해바다 따라 달리는 대회 꼭 열리길 바랍니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던 고성 화진포. 수많은 러너들 속에서 황영조 감독이 등장하자 현장은 금세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감독은 지난 1일 열린 ‘제1회 고성 누리길 평화마라톤’에서 팬사인회를 열고 참가자들과 소통하며 “달리기의 진짜 의미는 기록이 아니라 마음속 열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록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꾸준히 달리고 스스로를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며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달리면 그것이 바로 완주다. 부상 없이 오래 달릴 수 있는 게 진짜 러너의 자격”이라고 전했다.
또 “고성은 강원 영동의 북쪽 끝이고 제 고향 삼척은 남쪽 끝이다. 언젠가 삼척에서 고성까지 해안을 따라 달리는 대회가 열린다면 정말 멋질 것 같다”며 “이런 대회가 강원의 새로운 명물이 되고, 꿈나무 선수들이 자라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열린 팬사인회에는 황 감독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시민들도 있었다. 강릉에서 가족과 함께 참가한 김지현(43·여)씨는 “어린 시절 TV로만 보던 영웅이 눈앞에 있는 게 믿기지 않았다”며 “이름표에 사인을 받을 떈 마치 금메달을 받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황영조 감독은 “요즘 러닝 인구가 1,0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만큼 달리기가 많은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왔다”며 “여전히 1992년의 순간을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도 국민 마라토너로서 함께 뛰고 싶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