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치칼럼]문화 자치 뿌리 지방문화원

심오섭(국민의힘·강릉) 강원특별자치도의원

강원특별자치도 내 18개 시·군에는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가꾸어 온 지방문화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도내 18개 지방문화원은 길게는 70년, 짧게는 40여 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기록하며, 지역 문화의 정체성을 지켜온 소중한 문화 기반입니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대 환경 속에서 지방문화원은 이 순간 변화와 도약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지방문화원의 필요 충분 가치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답을 ‘문화다양성’에서 찾고자 합니다. 세계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현재, 역설적으로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경쟁력 있는 문화 콘텐츠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기서 강원도 18개 지방문화원은 획일화된 문화가 아닌, 도시, 농촌, 산간, 해안, 접경지역 등 각기 다른 자연과 생활환경 속에서 형성된 고유한 삶의 방식을 기록하고 전승해 오고 있습니다. 사투리와 설화, 지역 축제와 민속 의례는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문화 다양성을 지탱 하는 핵심 자산이고 이를 발굴하고 기록하며 미래 세대에게 전달하는 역할은 오랜 시간 지역 주민과 함께 호흡해 온 각 지역 문화원이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가치이며 필요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떻습니까! 최근 각 지자체가 출자한 문화재단이 잇따라 설립되면서 지역 문화 정책의 중심축이 문화원에서 문화재단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지방문화원이 주민 주도의 민간 문화기반시설이라면, 문화재단은 지자체 중심의 관 주도형 문화기관입니다.

필자는 지역에서 이 두 문화 기반 시설이 경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 주도의 문화재단이 기금 운용과 정책 집행, 문화예술의 전문화 등 ‘하드웨어와 시스템’을 담당한다면, 지방문화원은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한 지역 축제와 각종 행사 기획 및 운영, 지역학 연구, 생활문화 확산 등 ‘소프트웨어와 정신’을 담당하여, 서로의 역할 분담과 협력이 조화를 이룰 때 지역 문화 생태계는 건강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지방문화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합니다.

과거의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디지털 아카이빙을 통해 지역 문화 자료를 현대화하고, 기성세대를 넘어 청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융·복합 콘텐츠를 적극 개발해야 합니다. 지역의 사랑방이라는 전통적 기능을 유지하되,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지역 문화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강원특별자치도와 도의회 그리고 각 시·군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합니다. 현재 많은 문화원이 열악한 재정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단순한 보조금 지원을 넘어, 문화원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문화원 진흥을 위한 조례 등의 제도 개선과 함께 문화기획자, 아키비스트 등 전문 인력 배치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아울러 문화재단과의 사업 중복을 조정하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합리적인 예산 구조를 마련할 필요도 있습니다.

문화원은 낡은 유물이 아닌, 강원특별자치도 문화 자치의 기초이자 뿌리입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문화라는 나무가 울창하게 자랄 수 있듯이. 18개 지방문화원이 각자의 고유한 색깔을 되찾고 활력을 회복할 때, 강원 문화의 르네상스가 현실로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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