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 연구특구 본부 최적지 ‘원주’

윤사중 존스홉킨스대 교수

2025년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원주와 춘천, 강릉을 축으로 하는 강원연구개발특구 지정을 고시했다. 이는 강원지역이 국가 연구개발(R&D) 정책 체계 안에서 독립된 산업 실험장이자 성장 거점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특구 지정 자체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운영 구조'이며, 그 핵심은 특구 본부의 입지 선택이다. 광역형 연구개발특구에서 본부는 성과를 좌우하는 집행의 중심지가 돼야 한다.

강원연구개발특구는 반도체와 디지털헬스케어라는 국가 전략 산업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광역특구와 차별성을 갖는다. 원주는 반도체(센서)와 디지털헬스케어를 주력 분야로 설정하고, 연구개발-실증-상용화가 단절 없이 이어지는 구조를 선명하게 구축한 도시다. 기업도시와 6개 산업단지, 3개 대학과 연구기관을 포함한 5.52㎢ 규모의 특구 면적은 강원 내 최대 수준으로, 연구 성과를 기업 성장과 산업 활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특구 본부는 집행형 컨트롤타워여야 한다. 연구 과제를 기획하고, 실증을 조율하며, 기업 지원과 예산 집행을 현장에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능은 연구와 산업, 공공과 시장이 밀접하게 맞물린 공간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원주는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적된 혁신도시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기술 개발 이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데이터 검증, 제도 협의, 서비스 확산 논의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환경을 갖춘 셈이다.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의 특성상 이러한 정책·제도 접점은 연구 성과의 상용화 속도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미국의 경우 FDA(식약처)가 있는 실버 스프링(Silver Spring)과 국민건강보험과 비슷한 기능의 Medicare&Medicaid Services(CMS) 본부가 있는 볼티모어(Baltimor), 연구본부인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NIH)가 있는 베데스다(Bethesda). 모두 메릴랜드(Maryland)주에 있다.

NIH와 FDA는 자동차로 20분여 거리에 있으며 NIH와 CMS는 45분 거리에 위치한다. 이들 기관이 동반 상승을 일으키기 위해 가까운 거리를 선택한 것은 필연적이다.

반도체 산업 측면에서도 원주는 센서 중심 반도체를 디지털 의료와 연계할 수 있는 구조적 강점을 갖는다. 의료기기, 바이오 데이터, AI 알고리즘과 결합되는 센서 반도체는 향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광역특구의 또 다른 관건은 '연결성'이다. 춘천(바이오 신소재), 원주(디지털헬스케어·반도체), 강릉(반도체 소재·부품)으로 구성된 3대 축이 따로 움직인다면 광역특구의 시너지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원주는 세 축을 연결하는 허브로 기능하기에 가장 적합한 도시다. 특구 본부는 특정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전체 특구의 속도를 높이는 조정 장치여야 한다.

확장성 역시 중요하다. 원주는 미래모빌리티혁신센터, 미래항공기술센터 등 추가적인 연구·실증 인프라를 기반으로 디지털헬스케어와 반도체 산업을 모빌리티, 항공 분야까지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특구 운영 전략에서 결정적인 장점이다.

강원연구개발특구 본부 입지는 실행의 문제다. 전주기 관리 역량, 국가 정책과의 접점, 산업 간 융합 가능성, 광역 연결축이라는 조건을 종합할 때, 강원연구개발특구 본부의 최적지는 원주다.

원주가 강원연구개발특구 본부로 지정돼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 그동안 17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의 연구본부인 NIH와 경쟁 협력하며 과학기술의 미래를 선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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