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강원특별법 3차 개정 ‘통과’, 이제는 대한민국 국회가 답해야 한다

허장현 강원테크노파크 원장

요즘 대한민국 국토를 다시 그리는 설계도가 흥미롭습니다. 예전엔 서울이라는 거대한 등대 하나가 온 나라를 비추었다면, 이제는 곳곳에 조명을 설치해 사각지대를 없애는 ‘다핵 구조’가 큰 방향입니다. 이른바 ‘5극 3특’. 5개의 메가시티와 3개의 특별자치도가 각자의 색깔로 빛을 내는 구상은 대한민국을 리모델링하는 명민한 전략입니다.

그러나 강원도민의 마음은 조금 복잡합니다. 어렵게 특별자치도가 되었는데도 현실 정치의 관심이 ‘광역지자체 행정통합’에만 쏠리는 듯하기 때문입니다. 행정통합이 덩치를 키우는 ‘벌크업’이라면, 강원이 말하는 특별자치는 근육을 정교하게 조율하는 ‘코어 운동’에 가깝습니다. 몸집만 키운다고 천하장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제 몸에 맞는 옷을 입고, 근육을 마음껏 쓸 자유가 있어야 힘이 납니다.

강원은 국가 안보와 환경이라는 대의 아래 수많은 규제를 묵묵히 견뎌왔습니다. 도민이 바라는 것은 ‘큰길’을 내달라는 요구가 아닙니다. 그 길 위에서 강원이라는 슈퍼카가 기어를 바꿀 수 있는 ‘운전면허’, 즉 실질적 권한입니다. ‘5극 성장전략’과 ‘3특 자율권’은 대립하지 않습니다. 두 축이 함께 굴러갈 때 균형발전이 작동합니다.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은 강원 타운홀 미팅에서 “강원에 산다는 게 억울하지 않게, 접경지역이라는 사실이 악성 운명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소외감에 등불을 켜 준 약속이었습니다. 진심은 결국 제도로 완성될 수 있습니다.

강원은 바이오, 반도체, 수소에너지 같은 귀한 식재료를 갖췄고, 미래산업 글로벌도시를 향한 의지도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최고의 요리를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재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주방장인 강원도가 소금과 설탕을 얼마나 넣을지 결정할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지역의 자율권이 여전히 중앙정부의 레시피에 묶여 있다 보니 강원만의 맛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해외의 혁신은 힌트를 줍니다. 세계적 바이오 클러스터로 성장한 스위스 바젤, 유럽 최대 반도체 허브가 된 독일 드레스덴의 공통점은 지역에 맞는 ‘맞춤형 자율권’입니다. 중앙의 기준이 아니라 현장의 호흡에 맞춘 제도와 특례가 작동할 때 지역의 잠재력은 성과로 폭발합니다.

기업이 오고 싶어도 망설이고 청년이 고향을 떠나는 이유도 강원의 땅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아무리 성능 좋은 엔진을 달아도 합법적으로 속도를 낼 규칙과 제도가 없다면 슈퍼카는 전시장 안 전시품에 머뭅니다.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은 바로 이‘운전면허’를 제대로 발급해 달라는 요청입니다.

그런데 지금 정치의 풍경은 역설적입니다. 행정통합 논의는 속도를 내고 대규모 지원 방침까지 거론되지만, 정작 3특의 특별법 개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멈춰 있습니다. 최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통합특별시 추진 취지엔 공감하지만, 2년 전 발의된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은 논의조차 못 하고 있다”고 우려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한쪽만 빨라지면 다른 쪽은 상대적 불이익을 감수하는 ‘제로섬’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통합특별시 관련 법안과 3특 개정안은 최소한 ‘같은 테이블’ 위에서 함께 논의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국회가 답해야 합니다. ‘5극’이 국가 리모델링의 청사진이라면, ‘3특’은 이미 설치된 시스템에 전원을 켜는 일입니다. 2년 가까이 잠들어 있는 40개 입법과제와 68개 조문은 강원의 특별자치를, 선언이 아니라 실행으로 바꾸는 최소 조건입니다. 강원은 준비를 마쳤습니다. 엔진은 깨어났고 연료도 채웠습니다. 안전벨트도 맸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결단입니다. 지금 이 순간 초록불을 켜 주십시오. 강원은 미래산업 글로벌도시를 향해 통쾌하게 내달리겠습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