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과 분열, 양극화가 심화하는 이 시대에 ‘원주의 성자’이자 현대 한국의 마지막 선비로 불리는 무위당 장일순의 사상을 깊이 있게 조명한 ‘저항과 모심-무위당 깊이 읽기’가 출간됐다. 이 책은 장일순의 생애와 사상을 관통하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로 ‘저항’과 ‘모심’을 제시한다. 흔히 저항은 투쟁과 파괴를 연상시키지만, 저자인 신학자 백효민 박사는 무위당의 저항이 생명에 대한 지극한 공경, 즉 ‘모심’에서 비롯됐음을 규명한다.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 그가 총구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저항할 수 있었던 동력은 바로 타인의 생명을 내 몸처럼 여기는 자비와 배려의 정신이었다는 것이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돼 일제강점기와 개발독재라는 한국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장일순의 사상이 어떻게 형성되고 심화하였는지를 치밀하게 추적한다. 저자는 장일순이 단순히 서구의 가톨릭 사회교리를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동학의 ‘향아설위(向我設位)’ 사상이나 불교의 선(禪) 불교적 영성과 결합해 독창적인 ‘생명 사상’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분석한다. 특히 사유재산의 불가침성을 넘어서는 공동체적 삶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한살림 운동과 같은 구체적인 협동적 실천으로 연결한 지점은 이 책이 주목하는 백미다.
또 책은 장일순을 드러나지 않는 ‘숨은 지도자’로서 조명하며, 거창한 구호가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저항과 모심을 실천했던 그의 면모를 강조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넘어, 땅을 살리고 밥상을 살리는 생명 운동으로 나아간 그의 행보는 기후 위기와 인간성 상실을 겪고 있는 현대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항과 모심’은 무위당 장일순을 단순한 사회운동가가 아닌, 동서양 사상을 아우른 철학자이자 실천가로 재정립한 연구서다. 분열의 시대를 넘어 포용과 공생의 길을 찾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무위당이 남긴 지혜를 만나는 충실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도서출판 이음 刊, 276쪽, 2만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