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법혜스님이 에세이 ‘범덩골 가재들은 마카 어디로 갔을까’를 펴냈다. 용편면 산자락 무위산방에서 부처의 가르침과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는 삶의 단편들이 한 권의 책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자연의 소중함이 희미해져 가는 시대, 스님은 고향 평창으로 돌아와 조금은 느리고 불편한 삶을 택했다. 전작 ‘사람으로 왔는데 중생으로 갈 수는 없잖아’에서 승려가 되기까지의 시간을 되짚었다면 신작에서는 산골 생활의 즐거움과 우여곡절을 풀어냈다. 추억을 가득 안고 돌아온 고향은 많은 것아 달라져 있었다. 어린 시절 가재를 잡으며 놀았던 도랑은 더는 가재를 품고 있지 않았고, 숲에는 산짐승을 해치는 올무가 땅에는 농약과 제초제가 가득했다.
목표는 생명이 움트는 땅을 만드는 것. 스님은 묵묵히 흙을 만졌다. 산을 뒤덮은 올무 덫을 제거하고 땅에 묻힌 쓰레기를 처리했다. 농약과 기계 없이 묵묵히 밭을 매며 공존하는 삶을 그렸다. 법혜스님은 신간을 두고 거창한 깨달음도, 놀라운 발견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기록했노라 소개한다. 하지만 매서운 바람을 이겨내는 들꽃에서, 알을 깨고 나온는 작은 새의 날갯짓에서 우리는 행복을 유예하지 않고, 다른 생명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배운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 길을 잃고 있다면, 짙은 불안이 가슴을 누르고 있다면 산골의 삶이 들려주는 ‘자연스러움’에 귀 기울일 때다. 법혜 스님은 “신간은 빈 농가를 빌려 십오년 남짓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일상의 삶을 엮은 글”이라며 “자연과 환경, 생명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고 전했다. 빈빈책방(주) 刊, 204쪽, 1만6,8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