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대도시 특례 기준 개선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하며 제도 개편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현행 제도는 ‘인구 50만 명’이라는 단일 기준에 따라 특례 적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지만, 원주시는 경제 규모와 산업 경쟁력, 생활권 인구 등에서 이미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방소멸 대응과 균형발전이 국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기능 중심의 새로운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구는 36만, 역할은 50만”…강원 대표 거점도시, 원주
원주시는 지난 20여 년간 약 36%의 인구 증가를 기록하며 비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성장세를 이어왔다. 현재 인구는 36만명 수준이지만, 혁신도시 조성과 기업도시 개발, KTX 개통 등 국가 정책이 집중되며 강원권 대표 거점도시로 자리 잡았다.
경제 규모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원주시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약 17조 원으로 강원특별자치도 전체의 34%를 차지하는 핵심 경제 축이다. 특히 1인당 GRDP 지수는 전국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을 보이며, 일부 50만 특례시를 상회하는 경쟁력을 나타내고 있다.
산업 구조도 차별화돼 있다. 의료기기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한 산업 집적도가 높고, 관련 기업이 200여개에 달하는 등 전국적인 의료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여기에 AI(인공지능)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으로의 확장도 본격화되며 성장 기반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광역 생활권 중심도시로 도약=원주는 단순한 행정구역을 넘어 광역 생활권 중심 도시로 기능하고 있다. 의료, 교육, 행정 서비스 이용 범위는 횡성, 영월, 평창을 넘어 충북 제천과 충주, 경기 여주까지 확장돼 있으며, 실제 서비스 수요는 5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의 영향력은 뚜렷하다. 원주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국가 핵심 공공기관이 집적돼 있어 공공 보건 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원주가 단순한 중소도시가 아니라 전국 단위 기능을 담당하는 도시임을 보여준다.
통근 흐름을 기준으로 한 기능적 도시권 분석에서도 원주의 영향력은 확인된다. 횡성 경제활동인구의 상당수가 원주로 출퇴근하고 있으며, 인근 시·군에서도 꾸준한 통근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원주가 이미 행정구역을 넘어선 ‘실질적 대도시권’을 형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능 중심 특례로 전환돼야=현행 대도시 특례 제도는 ‘인구 50만 명 이상’이라는 단일 기준에 의존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면적 기준이 존재하지만,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원주처럼 기능적으로는 대도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형식적 기준에 막혀 특례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원주시는 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인구 기준 완화뿐 아니라, 경제 규모(GRDP), 생활권 인구, 통근·통학 비율, 공공기관 집적도 등 실질적인 도시 기능을 반영하는 새로운 기준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OECD가 제시한 기능적 도시권 개념을 적용해 행정구역이 아닌, 생활권 단위로 도시를 평가하는 방안도 제안되고 있다. 이는 단순 인구 수치보다 실제 행정 수요와 도시 영향력을 반영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대도시 특례로 강원자치도산업 구조 고도화 시동=대도시 특례가 부여될 경우 가장 큰 변화는 행정 권한 확대에 따른 정책 추진 속도다. 산업단지 조성, 도시개발, 용도지역 변경 등 주요 정책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어 기업 유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교통, 의료, 교육 등 광역 서비스 공급 기능이 강화되며 인근 시·군 주민들의 생활 편익도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원주와 생활권을 공유하는 횡성, 영월 등은 인프라 접근성이 높아지며 상생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산업 측면에서도 파급력이 크다. 의료기기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실증, 인증 기능이 확대되면 국가 전략 산업 거점으로의 도약이 가능해진다. 이는 강원특별자치도 전체 산업 구조 고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도시 특례 기준 완화 ‘골든타임’=원주시는 이미 법 개정과 제도 개선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비수도권 거점도시들과 함께 대도시 특례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그러나 논의는 아직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서는 거점도시 육성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단순한 인구 기준이 아닌 기능 중심의 제도 개편이 이뤄질 경우, 원주와 같은 도시가 지역 발전의 핵심 축으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대도시 특례는 특정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 전략과 직결된 사안이다. 원주시 사례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김문기 원주시장 권한대행 부시장은 “대도시 특례 확보는 원주시만을 위한 과제가 아니라 강원자치도의 경쟁력을 높이고 인근 시군과 함께 성장하며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 전략“이라며 “정부와 국회, 강원자치도와 협력해 대도시 특례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남윤기자 paulhur@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