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으로부터 촉발된 나프타 쇼크로 원자재 수급대란이 이어지면서 강원지역 제조업체들의 셧다운이 현실화 되고 있다. 도내 핵심 산업 중 하나인 제조업이 중동 리스크 직격탄을 맞으면서 강원지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본보는 벼랑 끝에 몰린 지역 제조업 현장을 직접 찾았다.
“10년간 단 하루도 멈춘 적 없던 공장이 한달 전부터 멈췄습니다.”
23일 오전 10시께 찾은 춘천의 도료 생산 및 시공 업체 ‘지혜안전’. 불이 꺼진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정신없이 돌아가야할 공장 내부의 기계들은 멈춰선 채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2016년 문을 열고, 매일 12톤의 마킹페인트(융창식), 800말의 수용 도료, 430통의 미끄럼방지 포장재 생산이 모두 셧다운 된 것이다.
제품으로 넘쳐나던 창고 한 켠에는 2,000개의 빈 페인트통만이 쌓여 있었고, 미끄럼방지 포장재는 200통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는 하루 생산량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으로, 이마저도 3일 이면 소진될 양이다.
지혜안전은 최근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해 지난달 23일부터 노면 표지용 도료의 핵심 원료인 석유·나프타 기반 화합물 수급이 완전히 끊기면서에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시작된지 두 달 만이었다.
지혜안전의 마킹 페인트는 원재료가 모두 석유에서 추출되고, 미끄럼방지 포장재는 10가지 중 6가지의 원재료가 중동에서 수입돼 전쟁이 끝날 때 까지 속수무책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매일 전국으로 30톤의 제품 출고를 위해 바쁘게 차량이 오가던 앞마당은 썰렁했다. 원재료 수급이 안되면서 공공조달 플랫폼인 나라장터에 내놨던 상품도 임시 판매 중지 됐다.
제품 생산 뿐만 아니라 시공 현장도 멈췄다. 국토교통부 등은 올 봄 조기 발주했던 국도 및 지방도 공사에 대해 착공 중지 명령을 내렸고, 교도소 재소자와 출소자들이 포함된 현장 직원 20명 중 10명이 일거리가 없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건비 부담이 억 단위로 늘어나 강원특별자치도에서는 대출을 권유했지만, 업체 측은 이마저도 거절해야 했다. 임시방편으로 대출을 받아 회사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기업 경영상태 평가 점수가 하락하고, 향후 관급 공사 입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낙찰에서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경숙 지혜안전 대표는 “단가가 오르는 건 마진을 줄여서라도 버티겠지만, 원료를 아예 안 주니 방법이 없다”며 “중동에서 원유가 실려와 다시 제품으로 들어오려면 빨라도 3~4개월은 걸릴 텐데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어 막막하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장소진기자 soldout@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