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강원특별자치도 정가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여야 도지사 후보는 물론 교육감 후보들까지 전열을 가다듬는 가운데, 최근 눈에 띄는 현상은 강원도청 고위직 출신 인사들의 선거캠프 대거 합류다. 이들이 조직 관리에 전면 배치되면서 그 행보가 선거판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행정 전문가들이 정치의 현장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공약의 전문성과 현실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크다. 이들은 수십 년간 도정 현장을 누비며 예산 구조와 행정 절차를 꿰뚫고 있는 인물들이다.
후보들의 화려한 비전이 ‘빌 공(空)'' 자 공약이 되지 않도록 현실적인 실행 계획을 덧입히는 것은 유권자들에게도 이득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합류가 가져올 부작용이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현역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 훼손 가능성이다.
퇴직한 지 불과 1~2년, 길어야 2~3년인 고위직 출신들은 현재 도청 내 주요 보직에 있는 후배 공무원들에게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선거전이 치열해질수록 캠프 측은 현장의 생생한 자료와 최신 도정 정보를 원하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퇴직 선배가 현직 후배에게 자료를 요청하거나 특정 정책 방향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행위는 겉으로 보기엔 ‘자문''일지 모르나, 현직 공무원 입장에서는 거절하기 어려운 ‘압박''이다. 이는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의 취지를 흔드는 일이다. 지역 정가에서 도청 고위직 출신이 영입 1순위인 이유는 그들의 경륜 못지않게 넓은 인맥 때문이다. 선거판에서 인맥은 곧 표와 직결된다. 그러나 공직사회 안팎의 인맥이 선거 운동의 도구로 활용될 때 공직사회는 심각한 분열의 위기에 처한다. 과거 사례에서 특정 후보 캠프에 줄을 섰던 퇴직 인사들이 선거 승리 후 논공행상(論功行賞)식으로 도 산하 기관장이나 정무직으로 복귀하는 일이 잦았다. 이른바 ‘회전문 인사''다. 이런 식의 보은 인사는 조직 내부의 사기를 꺾고,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보다 ‘정치적 줄 대기''에 몰두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제 공은 후보자와 퇴직 공직자 본인들에게 넘어갔다.
후보들은 퇴직 공무원의 역량을 오로지 ‘정책의 질''을 제고하는 데만 국한해야 한다. 이들의 인맥을 이용해 현직 공무원을 포섭하거나 조직 내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유혹을 과감히 뿌리쳐야 한다. 캠프에 합류한 퇴직 인사들 역시 스스로가 ‘민간인'' 신분임을 자각하고, 후배 공직자들에게 짐이 되는 행동을 절제하는 공직 윤리를 보여야 한다. 이럴 때 공직사회 또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선배들의 부름이나 압박에 흔들리지 말고, 오직 주민만을 바라보며 법적 의무인 중립을 지켜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수사기관이 퇴직 공직자를 매개로 한 공직사회의 선거 관여 행위가 없는지 감시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