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승의 날은 유독 조용하다. 지방선거 열기에 가려서일까? 청탁금지법으로 선물 문화가 사라져서일까? 현장에서 찾은 답은 모두 아니었다. 냉소와 불신의 공간이 돼버린 교실이 그 원인이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교권 침해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부모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 문제, 온라인 공간에서의 비난과 신고까지 교사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눈에 띄게 커졌다. 과거에는 교실 안에서 해결되던 문제들이 이제는 법적 대응의 영역으로 확대되며 불안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가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8일까지 도내 교사 1,7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강원 교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7.2%가 최근 3년 이내 교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교권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상처받는 것은 교사 개인이다. 그러나 더 깊이 들여다보면 무너지는 것은 ‘교실’이라는 공동체다. 교사가 지도를 주저하게 되면 교실의 규칙은 흐려지고, 수업의 집중도는 떨어진다. 결국 피해는 특정 교사에게 머물지 않고 학생 전체에게 돌아간다. 교권 보호는 교사를 위한 특혜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교육 현장의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지점이 있다. 바로 교육감 선거다. 교육감은 지역 교육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책임자다. 교권 보호 정책, 학교 민원 대응 체계, 생활지도 지침, 교사 지원 예산 등 학교 현장의 제도적 환경은 교육 행정의 방향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 교육감 선거는 유권자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지만 후보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투표를 포기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교육감 선거는 늘 부동층 비율이 높은 선거로 평가된다. 관심 부족은 정책 검증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교육 현장에 영향을 미친다.
교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정책에 대한 관심이 함께 필요하다. 어떤 교육 철학을 가진 인물이 교육 행정을 이끌 것인지,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선거 과정에서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감 선거는 단순한 지역 선거가 아니라 교실의 환경과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이제 교육감 선거를 낯설고 어려운 선거로 외면하기보다 일상과 가장 가까운 선거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후보의 공약과 교육 철학을 살펴보고 질문하는 유권자가 늘어날수록 교육 정책은 더 책임감 있게 설계될 수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학생 인권’과 ‘교권’을 서로 충돌하는 가치처럼 바라봐 왔다. 그러나 두 개념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지탱하는 관계다. 교사가 안정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어야 학생 인권도 실질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 교사가 위축된 교실에서는 학생 인권 역시 형식적인 구호로 남게 된다.
교권 침해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변화가 시작되지 않는다. 그 문제를 해결할 사람을 선택하는 과정에 관심을 기울일 때 비로소 변화의 가능성이 열린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결국 우리 교육의 미래에 대한 무관심과 다르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