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국정원서 '거액 용돈'
100여일간의 검찰수사 결과,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가 이권청탁의 대가로 25억여원을 받은 것외에 현대.삼성 등 재벌기업들로부터 정치자금 명목으로 22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97년 대선을 앞두고 후원금 명목으로 11억원을 받아 관리했으며, 45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한 사실 등이 밝혀지는 등 새로 드러난 사실들이 적지않다.
◇새로 드러난 사실들
△재벌돈 수수 = 검찰은 홍업씨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으로부터 98년 7월부터 2000년 2월까지 사실상 정치자금 성격으로 13차례에 걸쳐 16억원을 '활동비' 명목으로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홍업씨는 특히 99년 3월부터 1년간 매달 5,000만원씩 정기적으로 받았으며, 삼성그룹에서도 구조조정본부 운영자금 5억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홍업씨는 98년 7월 현대로부터 10만원짜리 수표로 받은 10억원을 집 베란다 창고에 숨겨뒀다가 김병호 아태재단 행정실장을 통해 돈세탁을 하는 등 증여세 5억8,000만원을 포탈했다.
△전·현 국정원장이 '떡값' = 홍업씨는 99년부터 작년 5월까지 본인 및 관련 계좌를 통해 국정원 수표를 6차례 입금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0년 2월 발행된 100만원짜리 수표 45장이 발견됐는데 이 수표는 모 기업이 아태재단에 의뢰한 북한실태 관련 연구용역보고서 제공 대가인 5,000만원 중 일부라고 검찰은 밝혔다.
또 임동원 전 국정원장은 3차례에 걸쳐 명절 휴가비 명목 등으로 수표 1,900만원을 홍업씨에게 건넨 것으로 확인됐지만 검찰은 임 전 원장이 건넨 돈이 2,5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신건 국정원장도 휴가비 명목 등으로 2차례 800여만원을 홍업씨에게 건넨 것으로 파악됐지만 실제로는 1,000여만원을 준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대선자금 = 검찰은 홍업씨로부터 97년 대선을 앞두고 친지 등으로부터 후원금 11억원을 받아 대선 때 5억원을 쓰고 6억원을 관리해왔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홍업씨는 이와 별개로 96년 총선 과정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광고업체 '밝은세상'이 총선출마 의원 20여명의 선거기획 및 홍보활동을 대행해주는 대가로 6억원을 받아 3억원을 썼다고 진술했다.
△홍업씨 재산 = 검찰은 홍업씨가 45억5,000만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했다. 구체적 내역은 현금 10억원, 예금 8억원 외에 서초동 스위트가든(14억원상당) 및 역삼동 삼성 애니텔(1억5,000만원) 등 부동산 15억원, 채권 15억원, 채무 3억원 등이다.
홍업씨는 95년 재산이 20억원에서 96년 5억원, 97년 6억원이 증가한데 이어 98년 이후에 14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병호씨 메모 = 아태재단 전 행정실장 김병호씨는 자필메모에 '국정원 5억원 중 1억짜리라도'라고 돼 있는 것은 전산용지 납품문제를 알아봐달라는 친지의 부탁을 받고 국정원에 있는 선배에게 부탁할 내용을 적어둔 것이라고 진술했다.
메모 중 '후광(김대중 대통령의 호) 돈 확인'은 권위가 떨어진 후광문학상을 재단이 직접 운영하자는 이사회 결의에 따라 이 문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메모한 것이라고 김씨는 주장했다.
후광이라는 칭호는 매우 불경하다고 여겨 전혀 사용하지 않고 '대통령님' 또는 '어르신'이라고 부른다는 게 김씨 설명이다.
◇남는 의혹
홍업씨가 받은 돈의 규모는 대체적으로 밝혀졌지만 사용처가 명쾌히 규명되지 않아 여권 등으로 흘러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홍업씨 변호인 유제인 변호사는 “구체적 사용처에 관한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재정상태가 안 좋았던 아태재단 운영비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 등으로부터 받은 돈이 과연 검찰 설명대로 대가성이 없느냐 하는 점도 의문이다. 특히 현대가 1년간 매달 5,000만원씩 꼬박꼬박 지급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어떤 명목이 있지 않았겠냐는 관측이다.
또 현대·삼성 외에 다른 기업들도 상당수 돈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많다.
아울러 국정원에서 홍업씨 관련 계좌로 입금된 4,500만원에 대해 검찰 수사결과 연구용역보고서 제공대가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논란의 불씨가 남아있으며 홍업씨가 명절 휴가비 명목 등으로 전·현직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돈의 성격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대선자금의 정확한 규모, 홍업씨의 재산증식 과정, 추가 이권개입 여부등도 검찰이 보강조사에서 밝혀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