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깡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수법도 다양해졌다. 가짜 매출전표를 작성하는건 고전적 수법이다. 자동차나 순금, 상품권 등을 구입해 되팔게 하거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속칭 '사이버 카드깡'도 생겼다. 카드깡이란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끌어들여 높은 수수료를 챙기고 돈을 빌려주는 일종의 불법 고리대금 형태다. 탈세와 폭리를 취한다. 결국 돈없는 서민들을 울리고 유통질서를 무너뜨린다.
양구에서 구속된 정모씨등은 지난해부터 10억원대의 카드깡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유흥업소 업주등을 상대로 가짜 매출전표를 작성했다. 세금포탈을 도와주면서 고리의 수수료를 챙긴것이다. 정선의 한 금은방에서는 카지노 고객들에게 금괴를 보여주기만 하고 신용카드 매출전표를 꾸며, 매출액의 15~20%를 수수료로 떼고 현금을 내주는 방법으로 40억원이 넘는 도박자금을 대주다 경찰에 구속됐다.
카드깡에는 심지어 고속도로 통행카드까지 이용된다고 한다. 서민생활 구석구석까지 스며든 그 수법도 그렇거니와 독버섯인줄 알면서 사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것도 어처구니가 없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카드깡업자를 찾는 서민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카드깡의 문제는 개인을 경제적파탄으로 몰고 가기도 하지만, 정상적인 유통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점 또한 심각하다. 이렇게 조성된 자금이 폭력조직으로 흘러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사실도 경각심을 준다. 무엇보다 심각한것은 카드깡 이자가 터무니없이 높다는 거다. 연리 15~16%는 보통이다. 게다가 돈을 꾼 사람은 나중에 15~18%의 카드수수료를 따로 내야한다. 결국 30%대의 고리를 무는 셈이 된다.
신종 카드깡이 늘고 있는 것은 지난 2월 사채업등록이 의무화되자 등록없이도 실질적인 사채업을 할 수 있는 카드깡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순금이나 상품권등을 매개로 하는 신종 카드깡은 돈을 빌린 사람이 업자와 짜고 실제로 물건을 구입한후 되팔았다고 주장하면 단속할 근거조차 없다. 그렇다고 방관할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카드회사측에서 고객의 카드신용 평가를 정확히 하고, 물품구입 한도에 근접하는 액수까지 현금서비스를 늘리는 방법도 있다. 이러면 카드이자율이 카드깡 수수료보다 훨씬 싸 깡이 자연히 줄어들수 있다. 카드회사들이 면밀히 관찰하면 깡을 예방할 수도 있다. 최고 한도까지 구매하는 사람은 일단 요주의 인물로 보면 된다. 사법당국에서 의지를 가지고 집중적으로 단속한다면 카드깡은 근절될수 있다고 본다. 사회악은 조기에 뿌리째 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