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친절은 억울함 풀어주는 것"
김용진춘천지검장은 1일 “국민이 검찰에 바라는 가장 뛰어난 친절은 억울함이 없도록 진실을 밝혀 주는 것”이라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검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김검사장은 이날 취임에서 이같이 밝히고 “수사 성과보다는 억울한 사람의 혐의를 벗겨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권 존중의 수사 관행을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개발 붐을 타고 도내에도 부동산 투기 조짐이 일고 있다며 청정 지역을 지키기 위해 환경침해사범은 물론 부동산투기사범 단속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지난 86년 춘천지검 원주지청 검사로 근무하면서 강원도와 첫 인연을 맺으셨는데.
“원주지청 검사로 근무할 당시 원주지청에는 지청장과 검사가 각각 1명 밖에 없었습니다. 1년 사건 수도 3,500여건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2만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97년 대검찰청 감찰과장으로 근무하면서 감사 업무 등을 위해 춘천지검에서 일주일간 근무하기도 했는데 볼 때마다 개발의 속도도 빠르고 발전상도 괄목할만 합니다.
강원도는 우리나라 제일의 휴양관광지역일 뿐 아니라 환동해권 발전 거점으로 앞으로 남북교류의 중심지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요한 시점에 강원도를 관할하는 검사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지역의 발전을 지원하고 뒷받침해야 할 강원 검찰의 사명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지역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검찰권은 어떠한 방향으로 행사할 계획인지.
“헌법과 법률이 검찰에 부여한 가장 중요한 임무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그에 상응하는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냉철한 이성으로 진상을 규명하되 결과를 예단하지 말고 겉으로 드러나는 수사 성과에 집착하지 않겠습니다.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라도 사안의 경중에 따라 공소권을 탄력적으로 행사하고 죄질에 상응하는 적정한 구형을 해나갈 방침입니다.
인권 존중의 수사 관행도 확고히 정착시키겠습니다. 적법절차가 뒷받침 되지 않는 실체적 진실 발견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검찰에 부여된 인권보장기능은 검찰의 존재 근거입니다. 인권보장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때 검찰이 검찰답고 국민으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얻을 것입니다.”
-지역 실정을 감안해 춘천지검의 검찰권 행사 방향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주시지요.
“검찰은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면서도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늘 지역사회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검찰권이 행사돼야 할 곳과 행사 방향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하겠습니다.
일단 춘천지검과 강릉 원주 속초 영월 등 산하 지청은 강원 지역의 청정한 자연 환경을 보존하고 지역의 경제적 기반 확충을 지원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산하를 오염시키는 환경침해사범과 건전한 거래 질서를 훼손하는 부동산 투기 사범을 지속적으로 단속할 것입이니다.”
-개발 붐이 일면서 최근 원주와 속초에서 '알박기' 사범이 도내 최초로 적발됐습니다. 원주지청에서는 아파트 개발을 둘러싼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데.
“아직 상세하게 지역 사정을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동서고속도로 경춘선 복선전철 공사 등으로 인구 증가 움직임과 난개발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환경사범과 함께 부동산 투기 등 각종 부작용도 예상됩니다. 개발에 따른 부작용을 차단하는 것이 검찰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순후한 인심이 남아 있는 청정 지역인 만큼 '투기'나 '알박기'라는 용어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취임사에서 '검찰의 친절은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언급하신 것이 무척 인상적인데요.
“직원들에게 친절한 업무 수행을 강조했습니다. 부드러운 말씨와 웃는 얼굴만이 친절이 아닙니다. 국민이 바라는 가장 뛰어난 친절은 억울함이 없도록 진실을 밝혀 주는 것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버리자는 것입니다. 사건 당사자나 민원인의 입장이 되어 한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자는 것입니다. 증거를 토대로 서릿발 같이 추궁하되 모욕감을 주는 불필요한 언사를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법무부가 최근 수사·감찰 부문에 외부인의 참여를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고검 단위에 민간인이 참여하는 항고심사위원회를 설치한다든지, 일부 지검에 검찰모니터링 제도를 실시하는 등 검찰 업무에 외부인 참여를 허용하는 제도가 시범 실시되고 있습니다.
우리 춘천지검도 앞으로 법무부 대검 등 상부의 개혁 추진 일정에 적극 발맞추어 위와 같은 제도 시행 여부를 검토해 나갈 것이며 수사및 감찰 업무 외에도 일반 대민 업무에서 외부인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여 국민의 뜻이 검찰업무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온화한 성품과 합리적인 일처리로 검찰 내부에서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춘천지검장에서 법무국장으로 영전한 임채진검사장과는 사법시험 동기로 절친한 사이이고 만능 스포츠맨이라고 들었습니다.
“임검사장은 온화한 인품과 뛰어난 경륜, 탁월한 추진력으로 훌륭하게 춘천지검을 이끌어 오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임검사장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운동은 종목을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합니다. 그런데 농구를 좋아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웃어요. 제 키가 작기 때문이죠. 축구 배구 테니스도 좋아하고 테니스는 자주 하는 편입니다. 1년에 한번씩 한국과 일본의 검찰이 상호 방문하며 축구 경기를 하는데 한국 검사 축구팀 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올해는 7월쯤 한일전을 할 예정입니다.”
-끝으로 강원도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강원도민 여러분과 앞으로 고락을 함께 하게 된 것을 무척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청정한 환경 만큼이나 순후한 인심을 간진하고 있는 강원도민들이 더욱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우리 검찰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습니다.
검찰은 항상 열려 있으니 언제든지 좋은 의견을 제시해 주길 바라고 그러한 의견을 검찰 업무에 최대한 반영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김검사장은 53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경북 김천고 고려대 법학과를 나왔다. 제19회 사법시험 출신으로 서울·마산·대구지검 검사를 거쳐 대구지검 강력부장 서울북부지청 형사4부장 서울지검 형사5부장 부산동부지청차장 서울서부지청차장 대구지검1차장 성남지청장 서울고검차장 등 일선 형사 업무 분야에서 주로 일해온 전형적인 수사 검사이다.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 대학원을 수료하고 '영국의 형사재판' '형사소송의 법률지식' '로마시대의 형사소추' '영국과 미국의 검찰제도' 등 4권의 책을 저술했고 사법연수원 교수를 지낸 학구파이다. <金美英기자·mykim@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