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전화 이용 구호기관 명칭 도용 사취 속출
전세계에서 지진·해일 피해자들을 위한 공적·개인적 기부금 행렬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인류애를 이용해 한몫 보려는 사기꾼들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구호기관을 사칭한 국제 사기꾼들이 e메일과 전화로 기부금을 사취하는가 하면 기부자들의 신원을 도용하고 있어 관련 당국 및 단체들이 경고하고 나섰다.
플로리다주 컴퓨터범죄센터는 지난 4일 '해일·지진피해자재단'이라는 이름의 영국단체가 보낸 것으로 돼 있는 e메일과 '쓰나미재난지원재단'이라는 단체로 구호금을 보내달라는 e메일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 센터의 봅 브리던 소장은 아직까지 피해 신고는 없었지만 앞서 쓰나미로 가족을 잃었다고 거짓 호소하는 e메일을 여러 사람에게 보낸 한 영국 남자를 체포한 뒤 예방 차원에서 이를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이들 중 일부는 단순히 동정심에서 나오는 기부금을 가로채는데 그치지 않고 기부자의 신용카드 정보나 사회보장 번호, 주소 등 신상 정보를 알아내 사기에 이용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기행각은 플로리다 주 외에 앨라배마와 캔자스, 메릴랜드, 미시간, 뉴욕, 노스 다코타, 로드아일랜드, 워싱턴 주에서도 드러났다.
미국의 연방통상위원회(FTC)와 기업활동개선국(BBB)은 구글 검색창에서 '쓰나미와 구호'를 검색하면 무려 6만개의 관련 사이트가 쏟아져 나오는데 이중 대부분은 새로 개설된 것이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 경찰청은 기부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알지도 못하는 단체를 선전하는 텔레마케터를 통하지 말고 잘 알려진 구호기관에 직접 전달하라고 당부했다.
전통적으로 기부정신이 높은 노르웨이에서도 최근 이같은 사기사례가 여러 건보도됐으며 경찰은 5일 선량한 시민들이 아시아의 쓰나미 참사를 이용해 돈을 챙기려는 사기꾼들에 속지 말라고 경고했다.
지난 달 31일에는 적십자사가 모금을 중단한 지 몇시간 후에도 적십자 직원을 사칭해 모금운동을 하던 한 남자가 붙잡혔으며 유령 단체들을 내세워 구호금을 걷는 다른 사례들도 보도됐다.
노르웨이의 노르트란츠방켄 은행은 작은 신문에 난 쓰나미 피해자를 위한 모금 광고에 이 은행 계좌번호가 있는 것을 보고 계좌주를 추적, 광고가 거짓임을 밝혀낸 뒤 계좌를 폐쇄했다.
브라질 보건부도 현금 지원을 요청하는 인터넷 메시지들은 모두 사기라면서 네티즌들에게 이런 메일들은 모두 삭제하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