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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위크+]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을 가다

 -매운 냄새가 바짓가랑이를 잡다

 찬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하면서 골목에서 풍기는 닭갈비냄새가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긴다. 자작자작 양념이 밴 닭갈비의 쫄깃한 맛과 뱃속까지 시원해지는 동치미국물, 아삭아삭 씹히는 무의 감촉이 생각난다. 냄새는 이렇게 힘이 세다. 골목을 뛰쳐나와 유령처럼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마음까지 낚아채가니까.

 9일 오후8시 춘천시 명동 닭갈비 골목은 날이 한참 저물었는데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날이 쌀쌀해지면서 닭갈비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는 게 이 골목 사람들의 말이다.

 군침이 돌았다. 냄새를 따라 닭갈비집 안으로 들어서자 벌써 한무리의 사람들이 왁자하게 모여 닭갈비를 먹고있었다. 맛이 어떠냐고 묻자 서울손님들이 오히려 되묻는다. 대체 서울에선 왜 이런 맛이 나지않죠?

 춘천의 M닭갈비집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손정숙(39)씨는 “겨울에 먹는 닭갈비와 시원한 동치미는 환상콤비”라며 입에서 침이 마르지 않는다.

 빨갛지만 맵지않고 달짜근하고, 쫄깃쫄깃하면서도 속속들이 간이 밴 닭갈비는 춘천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어떤 사람들은 서울에서 닭갈비를 먹어봤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겠지만, 그건 닭갈비가 아니라고 말해야 겠다.

 세상은 넓고 닭갈비는 많으나 춘천에서 닭갈비를 먹어보지 않고 어찌 닭갈비와 동치미가 연출해내는 그 불멸의 맛을 알 수 있으랴. 서울에서 온 이현지(30)씨는 “서울에서 먹던 닭갈비와는 맛이 많이 다르다”며 “상추쌈까지 나오는 줄은 몰랐다”고 즐거워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맛의 비결은 뭘까. 비밀이 궁금해져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박진순(52)씨에게 다가가 엽구리를 찔렀다. “에이 그건 말 못해요. 하지만 이건 알려드릴께요. 닭갈비 맛을 결정하는 것은 양념이에요. 업소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진 마늘과 생강, 양파, 고춧가루, 설탕, 간장, 맛술까지 20여가지 재료가 들어가요. 또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카레가루도 첨가하고.” 이를테면 춘천닭갈비만의 맛의 비결은 누구나 다 알지만 며느리는 모르는 양념이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외국인 손님들이 많이 늘었다. 일본관광객들이 줄어든 대신 대만관광객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이들이 꼭 들르는 코스가 바로 명동닭갈비골목. 이날도 한무리의 대만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만인 가이드인 루이(35)씨에게 맛이 어떠냐고 묻자 “베리 굳”이라고 답한다. 그런데 이마에는 땀이 흐른다. 조금 매운 모양이다.

 가이드 루이씨는 두달에 한번 한국에 들를 때마다 관광객들에게 닭갈비를 추천한다고 한다. 특히 대만사람들은 닭갈비를 먹고난 후 남은 야채와 양념에 밥을 비벼 볶아주는 것을 좋아한다. 묻지않았는데도 “볶음밥 최고예요”라고 한다. 닭갈비가 이제는 세계인들이 즐기는 명품음식이 된 것이다. 왠지 뿌듯하고 즐거웠다.

반면 미국인을 비롯한 서양인들은 경우, 닭갈비는 맛있게 먹으면서도 볶음밥은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게 닭갈비집 종업원들의 말이다.

춘천 닭갈비는 1960년대 말, 선술집 막걸리판에서 숯불에 굽는 술안주의 대용으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20년 전부터 번져나가기 시작해 중심가로 파고들었다. 군에서 휴가나 외출을 나온 군인들이 즐겨 먹었고 또 배불리 먹을 수 있어 춘천 시내 대학생들도 좋아하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값이 싸서 '대학생 갈비' '서민갈비'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일행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나온 닭갈비 골목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쌀쌀해진 날씨에 닭갈비집으로 들어가는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오늘은 기분좋게 소주 한잔 걸치시려는 걸까? 민왕기기자·wanki@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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