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90만
사회일반

[신년특집]고소득 ‘대박작물’ 덕분에 ‘함박웃음’ 짓지요

위기의 농촌 … 그래도 희망은 있다

값싼 중국 농산물의 무차별 수입과 함께 비료와 농약 등 각종 농자재 가격의 상승 등으로 농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그러나 농림수산식품부와 도에 따르면 2007년 도내에서 1억원 이상 고소득을 올린 농가는 홍천 54농가, 평창 33농가, 원주 13농가 등 333농가에 이른다.

과감한 농작물의 전환과 틈새시장 공략, 건강을 찾는 소비자의 욕구에 발맞춘 유기농 재배와 소비자의 신뢰가 한데 어우러져 농가의 고소득으로 이어지고 있다.이제는 농가 스스로가 농촌의 어려움을 정면으로 타개할 자구책이 필요하다.

화훼업 침체에 과감히 파프리카 전환

지난해 농가당 1억5,000만원 수익…

사과재배법 배우기 위해 1년 반 발품

품질로 승부 높은 가격에도 호응…

웰빙 여파 청정 유기농 쌀 인기

소비자 신뢰 다져 학교급식까지 공급

>> 틈새시장을 노려라

■평창 오대산파프리카작목반

23개 농가로 구성된 평창군 진부면 신기리 오대산파프리카 작목반은 지난해 18ha의 파프리카 재배 하우스에서 여름 파프리카 1,050톤을 생산해 90% 이상을 일본에 수출했다.수출 금액은 35억8,800만원으로 이 수익금을 농가별로 나누면 1농가당 1억5,000만원에 이른다.작목반 23개 농가는 2002년 이전에는 백합과 안개꽃을 재배하는 화훼농가였다.그러나 국내 화훼 시장이 침체되며 수익이 감소하자 7개 농가가 주축이 돼 대체작목을 찾았고 화훼농사를 위해 지어놓은 온실을 활용하고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작목이 파프리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경남 창원을 수십여 차례 오가며 재배기술을 익히고 2002년 처음 7개 농가가 9,900㎡ 면적에서 여름 파프리카를 재배했다.7년이 지난 지금은 7개 농가에서 23개 농가, 재배면적도 9,900㎡ 에서 18ha로 크게 늘었다.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파프리카는 남쪽 지방 생산시기인 11∼6월과는 달리 6∼11월 사이 생산돼 경쟁력을 갖췄다.특히 기온편차가 심한 지역의 특성으로 파프리카의 육질이 두껍고 광택이 뛰어날뿐 아니라 맛 또한 우수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품질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 때문에 일본에서 품질을 인정받아 5kg 한 상자당 2만4,000원의 높은 가격을 받았다.

오대산파프리카수출작목반 관계자는 “창원을 수십 차례 오가며 재배기술을 배우고 고랭지에 농사기술을 접목한 것이 성공해 지금에 이르게 된 것 같다”며 “재배 농산물을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미래를 위해서 과감하게 화훼작물에서 파프리카로 전환하게 됐다”고 말했다.

>>품질로 승부하라

■평창사과작목반

평창지역의 연평균기온은 지난 1978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간 0.58도 상승했다.마지막 서리가 내린 시점에서 첫서리가 내린 시점 사이의 기간인 무상일수도 16일 증가한 185일로 나타났다.8개 농가로 구성된 평창사과작목반은 지난 2006년 지역 평균기온이 올라간 것과 영월 주천지역에서 사과가 재배되는 것을 파악하고 기존 배추와 무 등 밭작물 농사를 접고 과감히 4.8ha 면적의 사과과수원을 조성했다.작목반은 사과과수원이 조성될 때 까지 평창지역과 자연환경이 비슷한 영월 주천지역의 과수원을 모델로 삼고 1년 반가량을 오가며 재배기술을 익혔다.

또한 사과재배 단지로 유명한 경북 영주시를 방문해 영주농업기술센터로부터 재배기술을 교육받고 과수원을 직접 찾아가 현장 교육도 받았다.2006년 조성된 과수원에서는 2007년 가을 처음으로 사과 20여톤을 수확해 전량 판매했다.이 지역에서 생산된 사과는 17도의 높은 당도, 뛰어난 향으로 타 지역 사과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특히 평창사과작목반은 높은 당도와 뛰어난 향 등 품질에 자신감을 갖고 작목반에서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올해 생산된 사과 5kg 한 상자의 경우 2만∼4만원가량의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

이배근 평창사과작목반장은 “현재 사과의 판매를 가락동시장이나 농협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직거래 하고 있다”며 “맛이 뛰어나다 보니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들이 아무런 불만없이 구매하고 있다”고 했다.

평창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환경의 변화에 따라 농작물을 과감히 전환한 것이 고소득을 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지금의 농사는 틈새시장을 노리고 과감히 변화를 시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웰빙으로 인기몰이

■한국유기농업협회철원지회·철원친환경영농조합

자연에 가까울수록 건강에 이롭다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경기침체에도 불구,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철원군이 강원도를 넘어 전국적인 유기농의 메카로 각광받고 있다.철원군에서는 약 740㏊ 면적에 340여 농가들이 유기농·무농약 재배를 하고 있다.

재배규모도 6만6,116㎡(2만평) 이상에 이르는 농가가 많아 대규모 농가의 경우 연매출이 3.3㎡당 6,000원선으로 1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친환경영농조합은 2008년산 유기농 오대쌀 판매가 600여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10kg들이 1부대가 6만원선의 고가에 팔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 판매 예상액만 35억여원에 달한다.한국유기농업협회 철원지회(지회장:최승오)가 유기농 오대쌀의 생산을 책임지고, 철원친환경영농조합(회장:양춘수)이 유통·판매를 담당하고 있다.또 품질인증기관인 한국농심회(단장:이성재)에서 3단계에 걸쳐 토양과 수질, 중간시료검사, 잔류농약성분검사 등을 실시해 소비자의 신뢰를 굳혔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유기농 오대쌀은 이미 전국의 대형 유통마트와 유명 백화점은 물론, 학교 급식에까지 진출했다.

건강에 관심이 있는 도시민들에게 비싼 가격을 치르고도 건강을 위해 먹고 싶은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잡은 것이다.여기에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원료곡 매입 문제도 관내 4개 농협과의 협력을 통해 올해부터는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지금껏 친환경영농조합이 일반 농협처럼 오대쌀을 수매하기에는 자금이 부족했지만, 내년부터는 지역 농협에서 유기농 오대쌀을 일반 오대쌀과 같은 가격으로 매입하고, 추후 판매에 따른 차액을 조합에 돌려주는 방식의 협력이 이뤄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합에서는 매년 생산된 유기농 오대쌀 수매 부담에서 벗어나 유통과 판매에만 전력할 수 있게 됐고, 유기농 농가 역시 생산에만 최선을 다하면 수매가 이뤄져 자금운용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보다 많은 농가가 유기농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철원 유기농업 단체에서는 올해 유기농 오대쌀에 이어 또 다른 명품 브랜드인 ‘신정원’을 만들어냈다.신정원 브랜드는 ‘신의 정원’이란 뜻으로 철원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작물로 만든 가공식품에 사용된다.

10년 이상 유기농을 해오고 있는 최승오 지회장은 “유기농의 경우 일반 친환경 재배나 무농약 재배와는 확연히 구분된다”며 “무농약 재배가 화학비료를 사용하는데 비해 유기농은 농약은 물론 화학비료조차 전혀 사용하지 않고 퇴비 등만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지난해는 오대쌀 700ha, 밭작물 30여ha 등 유기농 재배면적이 740여ha에 이르지만 올해는 900ha로 늘릴 계획까지 갖고 있다”며 “앞으로 국민 소득이 높아질수록 소비자들이 유기농 제품에 갖는 관심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춘수 회장은 “사실 유기농으로 엄청난 고소득을 올린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수입개방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유기농이 유력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평창·철원=서승진·김준동기자 jdkim@kwnews.co.kr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