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 시대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면서 믿을 수 있는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청정함의 대명사인 강원도 식품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도내 식품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50%. 적지 않은 비중이지만 농·식품업을 이끄는 기업인들은 여전히 자금난과 판로 개척에 시달리고 있다.
강원일보는 제23회 중소기업주간을 맞아 중소기업중앙회 강원지역본부와 공동으로 식품업에 종사하는 도내 중소기업인들과 전문가들에게 도내 농·식품산업의 발전방안 토론회를 마련했다.
소비자 트렌드 분석·상품 경쟁력 강화 등 생산자에 정보 제공
'청정' 이미지 활용 … 관광산업과 연계 '푸드 투어리즘' 활성화
■ 기조발제 - 임학태 교수
단순히 식품을 생산하고 포장해 판매하는 시대는 지났다. 식품산업에도 고도의 전략과 차별화가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소비자 트렌드 분석과 전략적 소비 홍보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영세한 개인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하기는 어려운 시도다. 도와 강원발전연구원이 수도권 시장의 농식품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 도 식품산업 클러스터나 농협 등 생산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서울의 도 농수특산물 진품센터를 안테나숍으로 활용해 소비자에게 홍보한 후 소비자의 반응을 체크해 경쟁력을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강원도만의 지역성과 청정성, 건강성은 큰 경쟁력이다. 이 같은 이미지를 활용해 선물용 식품이나 고령자용 전통식품, 향토식품을 개발해 판매하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또 도내 농·식품이 안전하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강원도 농·식품 안전·안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력추적제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도권의 로하스 소비자, 도내 관광객들을 겨냥해 제품의 생산에서 포장, 유통 등을 가미하고, 그린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제품의 차별화 및 고부가 가치화를 시도해야 한다.
식품산업의 종합적 육성시스템 구축 역시 필수적이다. 식품의 종류가 다양할 뿐 아니라 원료생산 단계인 농림축수산업에서부터 가공, 유통, 소비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전통식품 및 향토식품 산업에 기반을 둔 지역농업 특화를 추진하고 이 지역농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식품의 원료생산 및 가공산업을 키워야 한다. 브랜드 관리를 위해 권역단위의 통합지원·육성도 필요하다. 지역 소재 대학과 연계해 신제품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을 추진하는 방안 역시 생각해볼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가칭)식품산업육성위원회를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품산업 클러스터 조성은 도 농·식품산업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또 하나의 큰 축이다. 지역의 특성과 여건, 부존자원, 참가업체 등을 고려해 식품산업육성위원회가 클러스터를 선정하면 생산자의 조직화, 대학과의 연계, 전문가 활용이 가능하다.
도의 제반여건을 고려할 때 향토식품인 춘천의 닭갈비·막국수 클러스터를 시범적으로 시행해 보면 효과를 알 수 있다.
클러스터별로 클러스터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세부 식품 아이템을 선정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함께 노력해야 한다. 도에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다시 각 클러스터의 대표가 참여하는 클러스터협의회를 구성해 연구개발이나 홍보분야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
관광과 연계한 '푸드 투어리즘'의 활성화는 식품산업과 관광산업을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향토·전통식품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안전·안심시스템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식품과 관광, 지역의 연결고리를 잘 찾고 결국 수도권 소비자들이 도 농·특산물 진품센터에서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재수 “생산·연구직 인력 부족 심각”
전근배 “정부 자금지원 조건 까다로워”
최종근 “농식품산업 발전 전담조직 필요”
임학태 “상품 특성화 아이디어 발굴해야”
■토론
- 현재 지역 식품업체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전근배 대표 = “자금난이 가장 큰 문제죠. 현재 정부 지원을 받아 민들레를 활용한 생녹즙 시설을 준비중인데 모든 시설이 완비돼야만 자금이 나옵니다. 선집행 후지원인 셈이죠.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는 선집행할 만한 여력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 정도 여력이 있으면 굳이 자금신청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결국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행정의 한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재수 대표 = “대출 자체도 쉽지 않습니다. 지자체에 저리자금지원을 신청했는데 4억원을 대출받기 위해서는 10억원의 담보물건을 제공해야 합니다. 참 난감한 경우입니다. 기업체들이 필요한 자금을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해결책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최종근 과장 = “식품산업 발전을 위한 전담조직이 있어야 합니다. 아직 지자체에 조직이 없고 산업의 근간을 만들기 위한 행정체계가 솔직히 미흡한 실정입니다. 도와 시·군에 식품산업 지원을 전담할 수 있는 조직이 마련돼야 기업의 어려움 등을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임학태 교수 = “국내 시장은 이제 한계에 달했습니다. 소재가 중요해졌습니다. 민들레면 단순히 민들레가 아니라 특성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특허 역시 국내 특허만 내지 말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각 기업들의 인력 확보도 원활하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대표 = “지자체의 공공근로 쪽으로 몰리면서 생산직 구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실제 인구도 얼마 안 되는데다 외국인 근로자들 역시 단기간 근무하다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대학 출신의 전문 연구인력은 정말 쉽지 않아요. 이 때문에 보통 6개월 정도 걸리는 HACCP 인증을 받는데 2년이 걸렸습니다.”
전 대표 = “지금 당장 600톤에 달하는 수매를 시작해야 하는데 아예 일할 사람 자체가 없습니다. 올 11월에 양구 농공단지가 준공되는데 업체들이 들어와도 인력 수급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숙제일 겁니다. 춘천에서 양구까지 30~40분이면 오가지만 심리적 거리가 멀어서인지 인력이 오려 하지 않더군요.”
임 교수 = “젊은이들이 호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상호변경 등을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냥 식품이라고 하는 것보다 '바이오' 등으로 바꾸면 더 친근하고 세련돼 보이기 때문이죠. 대학에서는 실사구시형 인재를 만들기 위해 세부 파트로 나눠 인력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인턴제 등을 통해 업체가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길러야 합니다.”
최 과장 = “시·군 지역의 업체는 인력 구성 자체가 고령화돼 있는 상태에서 더 어려울 겁니다. 따라서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마련돼야 합니다. 또 지역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등이 자주 만나 이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좋은 제품을 기업에서 만들어도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는데 마케팅 문제는 어떻습니까
임 교수 = “중소기업들이 자금력 때문에 마케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대안으로 공동마케팅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공동으로 마케팅 회사를 만들고 물건을 팔게 되면 똑같이 지분을 나누는 방식인데, 자금에 대한 부담을 덜고 서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최 과장 = “도내에 318개의 식품 제조업체가 있습니다. 혼자서 생산, 마케팅, 판매까지 다 하다보니 끌고 나가기 힘든 것이 현실이죠. 조직화·규모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사업자가 생산한 상품이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그 부분을 어떻게 소비자에게 어필하느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전 대표 = “판로를 잡더라도 수익에 포인트를 둬야하는데 한 박자만 늦어지면 손쓸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유통법인에 참여해서 다변화를 이뤄야 한다고 봅니다. 전국적인 유통망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워요. 설사 유통망을 잡을 수 있더라도 이를 관리·유지한다는 건 더 어렵더군요.”
이 대표 = “군에 납품을 주로 하다가 올해부터 시판 진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전국 체인망을 갖춘 업체에 수산물을 납품하고 있는데 이익은 거의 남지 않아요. 규모가 큰 유통업계와 상생을 하자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만, 현실에서는 참 어려운 문제죠. 그래서 중소기업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정리=원선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