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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제107주년 3·1절]일제강점기 백두대간 금강소나무 수탈…한반도 산림경제 초토화

읽어주는 뉴스

녹색연합 1931년3월1일 작성 도쿄제국대학 보고서 입수
조선강원도연습림자료에 조직적 벌목에 대한 구체적 기록
1913년부터 30년간 금강산·설악산삼척·태백산 중심 수탈
강원 고성 일대 사무소와 교수·직원 배치해 전초 기지 구축
금강소나무·대경목 원시림 연간 2만여본 이상 집중 베어내
고성 장천항-원산항 거쳐 일본 오사카-나고야-하카타 반출
중·일전쟁 이후 벌목 물량 급증…군수 물자 확보 목표 추정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1931년 3월1일 작성된 도쿄제국대학 부속 조선강원도연습림의 보고서 원본을 입수해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일제가 1913년부터 30년 이상 금강산·설악산 중간지대와 삼척 응봉산, 태백산 일대 등 백두대간 곳곳에서 금강소나무 원시림을 대규모로 벌목했다는 구체적인 기록이 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와 일본 도쿄제국대학이 협력해 백두대간의 금강소나무 원시림을 장기간 체계적으로 수탈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일제가 전쟁 수행을 위해 강원지역 원시림을 대량 반출, 산림경제를 초토화 한 것이 문서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강원도에 산림 수탈 전초기지 설치=환경단체 녹색연합은 1931년 3월1일 작성된 도쿄제국대학 부속 조선강원도연습림의 보고서 원본을 입수해 26일 공개했다. 이 보고서 작성자는 조선총독부 직원이면서 도쿄제국대학 농학부 교수였던 미야자키 겐조로 한반도 원시림을 목표로 조직적인 벌목이 진행됐음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제는 1913년부터 30년 이상 금강산·설악산 중간지대와 삼척 응봉산, 태백산 일대 등 백두대간 곳곳에서 금강소나무 원시림을 대규모로 벌목했다. 일본 본토의 목재 수급을 충당하기 위한 식민지 자원 수탈의 일환이었다. 일제는 1918년 강원도 고성군 수동면 일대를 ‘도쿄제국대학 부속 조선강원도연습림’으로 지정해 산림 수탈의 전초기지로 삼았다. 사천리·고진동·오소동 등 남강유역을 중심으로 한 이 지역은 원래 조선 왕실의 황장봉산이자 특별보호구역이었다. 그러나 1910년 국권 침탈 후 국유림으로 편입됐고, 1912년 도쿄제국대학이 조선총독부의 승인을 받아 사용권을 확보했다. 1913년 고성면 동리에 사무소를 설치한 뒤 교수진·임업 직원 등을 배치해 원시림 벌채를 본격화했다.

■연간 2만 그루 이상 벌목 강원도에서 일본으로 반출=보고서는 당시 벌목 대상이 금강소나무이자 조선시대부터 왕실이 보호해온 황장목이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일제는 금강소나무의 서식 분포와 생육 조건을 정밀하게 파악한 뒤 수령이 높고 재질이 뛰어난 고성 수동면 일대를 집중적으로 베어냈다. 당시 조선강원도연습림 전체 면적은 3만1,176㏊에 달한다고 기록돼 있으며 적송 축적량은 160만석, 1930년 기준 연간 벌채량은 4만석으로 집계됐다. 이는 30년생 표준 금강소나무 10만그루, 대경목 2만2,000그루에 해당하는 규모다. 매년 원시림 2만그루 이상 사라졌다는 의미다. 벌목한 금강소나무는 고성 남강 하류 장전항과 원산항을 거쳐 일본 오사카·나고야·하카타 등지로 실어나갔다. 일제의 원시림 수탈은 고성뿐 아니라 경북 봉화군 태백산 일대와 삼척 응봉산 덕풍계곡 등 백두대간 전역에서 이어졌다.

■금강소나무 중·일전쟁 군수물자로 활용됐나=1930년대 봉화 소천면 고선리 구마동계곡에는 임업주재소가 설치돼 지름 2m에 달하는 금강소나무 원시림이 집중적으로 벌목됐다. 특히 중일전쟁이 본격화한 1937년부터 군수 물자 확보를 위해 벌목량은 더욱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일대에서는 1941년 이후 산림철도까지 부설해 5,000㏊의 산림을 체계적으로 베어냈다. 당시 설치된 산림철도 노반은 지금도 계곡 곳곳에서 확인된다. 환경·역사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가 일제강점기 ‘식민지 근대화’의 실체가 수탈이었음을 보여주는 핵심 자료라고 평가한다. 도쿄제국대학이 ‘연구·실습’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조선총독부와 함께 한반도의 생태산림과 문화자원을 조직적으로 파괴했기 때문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백두대간은 한반도 생태축의 핵심이며, 일제강점기 이 지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기록을 정리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931년 3월1일 작성된 도쿄제국대학 부속 조선강원도연습림의 보고서 원본. 왼쪽 사진은 표지. 오른쪽 사진은 벌목 내용 등을 서술한 내지.

◇강원 연습림에서 원시림을 벌목해 남강을 통해서 동해안으로 운송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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