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시근로자수 3~5% 증가 기업 조사 유예
대납세자·사채·전문직 등 취약분야 집중
국세청이 올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세무조사 부담을 대폭 완화하는 동시에 탈세 혐의가 큰 기업인, 주류수입업체, 부유층, 사채업자, 입시학원 등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 나갈 방침이다.
국세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012년 세무조사 운영계획'은 반사회적 탈세 엄단, 사회적 약자 배려가 핵심이다.
올해 경기침체로 중소기업·서민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두 차례 선거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세무조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 세무조사 운영 기본방향
국세청은 올해 세무조사를 예년과 비슷한 1만8,000건의 규모를 유지키로 했다. 경제여건이 좋지 않고 조사인력이 한정돼 있는 것을 고려한 조치다. 세무조사는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납세자, 사채, 전문직 등 과세 취약분야에 집중될 예정이다.
기본 방향은 중소기업·서민 세무조사를 축소하는 것이다.
2010년 기준 전체 법인세 신고법인 44만개 중 91%를 차지하는 41만개의 중소법인을 정기 조사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지방·장기성실·사회적기업은 매출액이 100억원이 넘어도 낮은 조사비율을 유지하거나 제외한다.
국세청은 중소기업과 서민들에 대한 세무조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전체 법인의 94%를 차지하고 있는 연매출액 100억원 이하 중소법인은 정기 조사대상 선정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키로 했다. 또 일자리 창출에 신경을 쓰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혜택을 줄 예정이다. 지난해 대비 상시근로자 수를 3~5% 이상 증가시키거나 증가할 계획이 있는 기업들은 2013년 말, 지방기업은 2014년 말까지 조사 유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고의, 지능적 탈세 혐의 법인 철저히 검증
반면 서민경제를 침해한 탈세 사업자는 엄중 처벌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민생침해 탈세자 189명, 고액 재산가 869명에게서 각각 1,324억원, 1조1,408억원을 추징했다. 국외금융계좌 미신고자 34명과 역외탈세 156건에서도 각각 612억원, 9,637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올해도 고의·지능적 탈세혐의 법인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선포했다. 우월적인 지위를 악용해 서민을 상대로 막대한 소득을 올리며 세금을 빼돌리는 고소득 자영업자를 정조준하고 있다.
실제로 △불임부부, 산모 등에게 현금결제를 유도해 매출을 숨긴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 △자금난에 처한 중소건설사를 상대로 고리를 챙긴 사채업자 △고액 수강료를 받으면서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은 입시학원과 장례식장 등이 포함됐다.
또 주식 거래, 채권의 차명 은닉 등의 수법으로 재산을 대물림한 부유층 11명과 국외 사업소득을 조세피난처의 유령회사로 위장하는 등 역외 탈세 혐의가 있는 14개 업체도 조사할 방침이다.
수입원가, 관세인하 등 가격하락 요인에도 재고 조절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업종을 비롯해 사채, 다단계 판매와 같은 불법·폭리행위 업종도 기획 세무조사 대상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와인 주류 수입업체, 커피 유통업체, 쇠고기·돼지고기 유통업체 등 6개 사업자를 시범사례로 정했다.
■ 대기업 대상 세무 투명성 제고
대기업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투명성을 갖추도록 꼼꼼한 세무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연매출 5,000억원 이상 대법인 조사 주기를 현행 4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조사대상 연도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했다. 국세청은 올해 매출 5,000억원 이상(2010년 기준 567개 법인) 법인 110개가량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정확한 세무검증을 위해 탈루혐의가 상당한 거래처·관련 기업·관련인에 대한 동시조사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정기 조사대상 법인이지만 탈세혐의가 있는 경우 비정기조사 수준으로 조사 강도를 높여 성실신고 여부를 철저히 검증할 방침이다. 매출액 1조원 이상 주요 그룹법인에 대한 주식변동조사도 강화하고 반사회적 역외 탈세 조사도 강화키로 했다.
국세청은 국제공조, 외국정보 수집활동 등을 통해 끝까지 색출한다는 의지다. 이 밖에 창업 2~3세대가 경영권 전면에 등장하면서 발생하는 역외거래를 이용한 변칙 탈세행위, 국외비자금 조성, 외화 밀반출, 원정도박 등 국민정서에 반하는 탈세도 주요 표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중소기업·서민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서민을 괴롭히는 탈세자들을 엄중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위윤기자